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 자리는 ‘노무현의 사람들’이 채우고 있다. 한때 스스로를 ‘폐족’이라 부르기도 했던 이들은 10년이 지난 지금 화려하게 재기해 청와대와 정부, 국회에 골고루 포진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친구’라고 일컬을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유세에서 “저는 제가 아주 존경하는, 아주 믿음직한 문재인이를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나는 대통령감이 됩니다. 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부산지역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노무현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노무현정부의 요직을 맡았던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유력 정치인으로 체급을 키웠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의 초대 비서실장 문희상은 현재 국회의장으로, 대변인 이낙연은 국무총리로, 국무총리 이해찬은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국정의 중심에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기억되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됐음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권 잠룡으로 거론된다.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현재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꼽히며, 노무현 대선 캠프 김현미 부대변인은 3선 중진이 돼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힌다. 청와대에서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양정철은 최근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내년 총선 전략을 짜고 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이 영광만 가져다준 것은 아니었다. ‘좌희정 우광재’로 불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추행 등의 혐의로 상고심을 앞두고 있고,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이 확정돼 지사직을 잃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1일 “친노계 인사들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현상 자체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것”이라며 “그만큼 친노계 인사들이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