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 초저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대형마트에 이어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편의점까지 저가형 상품을 앞세워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가격을 낮추더라도 최대한 많이 팔아서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GS수퍼마켓은 경기도 고양 일산태영점을 비롯해 은평뉴타운점·대전송강점 등 4곳을 ‘알뜰형 점포’로 리뉴얼해 지난 17일 문을 열었다고 21일 밝혔다. 알뜰형 점포는 GS리테일이 개발·도입한 저가형 상품 400개를 앞세우고 신선식품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GS리테일은 “경기 불황기 소비 트렌드를 고려해 알뜰형 점포를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도 2000원대 도시락과 1000원대 샐러드 등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초저가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 7일 ‘핵이득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하고 오는 7월까지 삼각김밥과 도시락을 각각 700원, 2500원에 판매한다. CU에서 판매 중인 다른 삼각김밥과 도시락의 절반 정도 가격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도 1000원대 샐러드 ‘위드샐러드’를 선보이며 고객몰이에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로 소비가 침체되자 온·오프라인 업체 할 것 없이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을 낮춰서라도 얼어붙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쿠팡과 티몬 등이 해마다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도 경쟁적으로 가격 할인에 나서는 이유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박리다매는 불황형 마케팅의 전형”이라며 “장기 불황에 접어들 기미가 보이자 초저가 경쟁 전선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같은 전략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S리테일이 17일부터 19일까지 GS수퍼마켓 일산태영점 매출을 분석한 결과 기존 점포와 비교해 고객 수는 2.7배, 매출은 4.8배 증가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는 자사 최대 할인 행사인 ‘빅스마일데이’의 첫날(지난 20일) 누적 판매량이 330만개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는 “1초에 51개가 팔린 셈”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초저가 경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둔화 등을 이유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 상황에서 상품 경쟁력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물론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까지 살려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