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이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문무일 검찰총장 주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가수 승리 등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윤모 총경과의 회동 시도 관련 내용이 흘러나온 데 대해서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켜야 한다”며 불쾌감도 표출했다. 수사권 조정 문제로 촉발된 검경 갈등이 연일 과열되는 양상이다.
민 청장은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 조정안은 정부 합의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검경을 비롯한 각계 의견을 듣고 치열한 토론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민 청장이 검찰의 반발에 공식 대응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민 청장은 “민주주의의 실체인 견제와 균형, 권한 배분의 관점에서 논의를 해 다듬었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안은 민주적인 형식에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검찰 패싱’ 주장도 일축했다.
민 청장은 윤 총경이 자신과 청와대 이모 행정관 등과의 저녁식사 자리를 주선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수사와 관련 없는 사안이 공론화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경찰이나 검찰 모두 적법하게 수사 절차를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 청장은 윤 총경 주선 모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도 민 청장을 두둔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행정관에게 확인해보니 ‘모임 관련 어떤 대화도 나눈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며 “이 시점에 누구에 의해 어떤 이유에서 이런 내용이 언론에 유출됐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의 뇌물수수 관련 진정을 접수한 검찰이 내사에 착수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수사 공개 원칙에 비춰봤을 때 그 내용이 공개된 것이 적절했는지는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날을 세웠다.
민 청장의 작심 발언은 경찰 조직의 불만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경찰 망신주기’식 수사 등으로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여론전을 펴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돼왔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정보경찰의 정치개입 사건 수사가 대표적으로 검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경찰청 정보국을 세 차례 압수수색한 사실을 매번 공개했다. 최근에는 관련 혐의로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그 결과 지난 15일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구속됐다.
경찰은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수사를 통해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 차장,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민 청장은 필요 시 이들에 대한 강제수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민 청장의 수사권 조정 관련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안 논의에서 정부안이 나오기 전 검찰 패싱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우리가 낸 의견에 국회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경찰청장이 어떻게 알고 판단하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사야 박세환 안대용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