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 도발에도 한·미 공조로 대화 모멘텀 유지”

입력 2019-05-21 18:37
로버트 에이브럼스(오른쪽) 주한미군사령관이 2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하고 있다. 가운데는 박한기 합참의장.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 군 주요 직위자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등 한·미 군 지휘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한·미의 절제된 반응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감행할 경우에는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의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미 군 지휘부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양국은 긴밀한 공조와 협의 속에 한목소리로, 아주 차분하고 절제된 메시지를 냄으로써 북한이 새롭게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않는 한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4일과 9일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한·미 양국이 과거와 달리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대목을 평가한 것이다.

양국은 최초 발사 이후 17일간 북한 발사체에 대해 ‘분석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일 경우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논란이 확대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분석 결과 발표를 뒤로 미룬 채 물밑 대북 접촉을 통해 북한이 다시 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인사말에서 “한·미 양국의 긴밀한 공조는 최근 북한의 ‘단도 미사일’을 포함한 발사체 발사에 대한 대응에서도 아주 빛이 났다”고 말했다. 탄도를 약하게 발음하면 나오는 ‘단도’라는 표현 때문에 한때 한·미 양국의 분석 결과 발사체가 탄도미사일로 확인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간담회 직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단도 미사일 표현에 대해 대통령께 확인해보니 ‘단거리 미사일’을 잘못 말한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사전 원고를 바탕으로 한 청와대 영문 통역 역시 해당 부분을 ‘short-range missiles(단거리 미사일)’로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KBS 특집 대담에서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의 개선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대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상황에서도 대화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는 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개인적인 신뢰와 함께 달라진 한반도 정세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공고한 한·미동맹과 철통같은 연합 방위태세를 토대로, 그 힘 위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구축이라는 평화 프로세스의 길을 담대하게 걸어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대통령께서 연합 연습 및 훈련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피력해줘 적절한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해가며 신뢰도 높은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며 “외교적인 영역에서도 외교관들의 성과 있는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방위태세 강화와 더불어 남·북·미 3자 간 평화구축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우리는 함께할수록 더 강력해진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한·미동맹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며 인사말을 맺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