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쇼크’에… 5월 수출도 최악, ‘화웨이 사태’는 어부지리 가능성

입력 2019-05-21 20:17

‘반도체 쇼크’ 여파로 5월 수출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20일 수출 잠정치는 전년 동월보다 11.7% 감소했다. 반도체 실적 하락이 주원인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실적을 끌어내린 외부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7개월 연속 내리막이 예고됐다.

다만 조심스럽게나마 호재도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한 축인 화웨이 배척 기조가 ICT 업계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5세대 이동통신(5G) 경쟁에서도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청은 1~20일 수출액이 257억9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34억1000만 달러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19억59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역시 반도체 영향이 가장 컸다. 1~20일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했을 때 이달 말까지의 수출 실적 역시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등 ICT 분야만 떼어 놓고 보면 수출 실적 기대감은 더욱 떨어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ICT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6% 감소한 152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의 경우 반도체 수출액 감소분은 전년 동월 대비 13.3%였다. 이달 말까지 30%대의 반도체 수출 감소폭이 이어진다면 이달 ICT 수출액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과 중국 수출액은 1~20일 집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15.9% 감소했다. 양국의 무역갈등이 한국 수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이다.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중국의 대표 ICT 기업인 화웨이를 견제하고 나선 점을 기회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구글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화웨이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지 못하게 되면 유럽 등으로의 수출에 걸림돌이 된다. 스마트폰 완제품 시장에서 삼성 등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5G 시장에서 중국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화웨이 배제는 양국의 5G 기술표준 전쟁”이라며 “전쟁 이후 5G 상용화에 따른 스마트폰 대체 수요를 한국 기업이 흡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