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일손 어쩌나” 유증기 피해 통원치료 주민들 큰 걱정

입력 2019-05-22 04:02
충남 서산시 독곶리의 한 도로옆에 게시된 현수막. 독곶리는 지난 17일 유증기 누출사고가 발생한 한화토탈 대산공장이 위치한 마을이다. 서산=전희진 기자

“며칠 지났는데도 여전히 메스껍고 어지럽다는 분들이 있어요. 한창 바쁠 농번기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습니다.”

지난 17일 유증기 누출사고가 발생한 한화토탈 대산공장 인근에 사는 주민 김모(58)씨는 일손이 절실한 시기에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났다며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루 빨리 문제가 해결돼 주민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21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읍 독곶리 곳곳에는 유증기 누출사고의 책임을 묻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공장과 가장 가까운 마을 중 하나인 독곶2리 주민들은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는 듯 어두운 표정이었다. 주민 대부분은 사고 당일 이장의 안내를 받고 서산의료원·서산 중앙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일부 주민은 아직도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마을 주민 박모(70)씨는 “옆집 아저씨는 계속 구토를 해 어제도 병원에 다녀왔다고 한다”며 “주민들 모두 완전히 회복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서산시는 지난 17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주민 진료가 총 703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민 600여명이 병원을 찾았고 일부 주민은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거듭 병원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산시 관계자는 “사고 직후 응급실에 방문했다가 다시 다른 병원을 찾는 주민도 있어서 진료 건수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읍사무소에서 정확한 인원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상황이 심각했음에도 한화토탈 측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두번째 누출사고는 뉴스를 통해서야 비로소 확인했다고 입을 모았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71·여)씨는 “동네 사람들 누구도 공장 측으로부터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며 “정작 피해를 입은 건 우리인데 왜 다른 곳에 사과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산시의회가 21일 한화토탈 유증기 누출사고와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산공단의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서산시의회 제공

맹정호 서산시장이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면적인 시설 안전점검을 요구했고, 이날 서산시의회도 성명서를 발표해 대산공단 입주기업의 전면적인 안전점검 실시, 사고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대산읍의 한 마을 이장은 “마을 인근에 각종 공장이 위치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일어나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며 “정부가 공단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이주대책이라도 세워야 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산=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