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퇴직연금 1% 수익률 낳은 허술한 제도 뜯어고쳐라

입력 2019-05-22 04:02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1.01%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이 1.5%였으니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최근 5년(2013~2017년)간 연평균 수익률도 운용비용을 빼면 1.88%에 불과하다. 모범사례로 꼽히는 호주와 미국의 퇴직연금은 같은 기간에 연평균 9.2%와 8.6% 수익률을 보였다. 200조원에 육박하는 한국 직장인의 노후자금은 그냥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다. 외국에선 술술 불어나는데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제도에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서둘러 바로잡아서 국민의 노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외국 퇴직연금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여당은 기금형 퇴직연금과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호주와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기금형은 노사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일종의 기금운용위원회가 퇴직연금 관리를 전담한다. 자산관리 전문성을 높여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금융사들의 수익률 경쟁도 유도할 수 있다. 현재 낮은 이율의 원리금 보장 상품에 주로 투입되는 국내 퇴직연금과 달리 호주의 기금형 퇴직연금은 국내 주식·채권, 해외 주식·채권, 비상장 주식, 부동산 등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안정적 고수익을 올린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을 위한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금융사에 일일이 연금 운용을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제도다. 시간과 관심과 전문성이 부족해 퇴직연금이 방치되는 상황을 차단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도입하려면 입법이 필요하다. 기금형 퇴직연금 법안은 지난해 4월 발의됐지만 국회는 계속 묵혀 왔다. 여야 간에 큰 이견도 없는데 그랬다. 디폴트옵션 법안까지 조속히 발의하고 두 법안 모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손볼 구석이 많다. 기금형 퇴직연금을 채택하기엔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을 위해 여러 기업이 함께 기금을 조성·운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리츠펀드나 개발형 부동산펀드 등에도 투자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 투자처를 다변화해야 지난해처럼 주식시장이 나쁠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고령화 시대에 국민의 노후를 충실히 챙기는 일이야말로 중요한 민생 정책임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