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의 서울경찰청장 내사, 경찰 의심 살 만하다

입력 2019-05-22 04:01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 와중에 내사 단계의 사안을 외부에 공개…
법과 원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조사해야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2009년 서울 강동경찰서장 재직 시절 ‘함바’ 브로커 유상봉씨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다.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의 진정서가 접수돼 서울 동부지검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유씨는 2010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함바비리 사건의 주범이다. 유씨는 당시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함바 사업 수주나 민원 해결 청탁 대가로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유씨에게서 1억원을 받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장본인이 유씨여서 원 청장에 대한 진정을 근거 없는 뜬소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유씨는 구속된 이후 “나를 건드리면 총경 30명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이 원 청장인 셈이다. 그러나 원 청장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강동서장 재직 시절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의 권유로 잠깐 만난 적은 있으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없다는 거다. 원 청장은 “무고”라며 유씨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범죄 혐의가 있으면 검찰 또는 경찰 수사는 지극히 당연하다. 수사의 전단계인 내사 또한 마찬가지다. 진정이 접수됐는데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비정상이다. 법 절차에 따른 내사를 잘못이라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양측의 긴장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민감한 시기에 내사 사실이 어떤 경로로 외부에 알려지게 된 건지 석연찮은 부분은 있다. 수사와 달리 내사의 경우 외부에 공개되는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경찰은 검찰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잇따른 전·현직 경찰 최고 수뇌부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저의가 있다는 거다. 경찰은 얼마 전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속에 이어 현직 서울경찰청장 내사까지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이 경찰에 불리한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띄우고 있다고 의심한다. 지금까지 봐온 검찰의 행태에 비춰볼 때 경찰의 의심을 받을 만하다.

원 청장 혐의는 검찰에서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내사는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진행돼야 한다. 수사로의 전환 여부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을 검찰 조직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생각은 처음부터 안 하는 게 좋다. 만에 하나 경찰 압박용으로 고의로 내사를 지연시키거나 한다면 검찰의 미래는 암울하다. 오얏밭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 법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검찰의 각별한 자기 관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