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0일 유승민·안철수계 연합군의 퇴진 공세에 맞서 핵심 당직을 측근 인사들로 채우며 반격에 나섰다. 손 대표가 임명한 문병호 최고위원은 유승민 의원을 향해 “왜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냐”며 공개 비판했다. 반(反)지도부 진영의 구심점인 유 의원을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무총장에 임재훈, 정책위의장에 채이배, 수석대변인에 최도자 의원을 임명했다. 세 의원은 모두 국민의당 출신 초선 비례대표다. 임 의원과 채 의원은 각각 김관영 전 원내대표 비서실장과 손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당내에서는 손 대표가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고육지책을 택했지만, 주요 당직을 비례 초선에게 맡긴 것 자체가 손 대표의 고립 상황과 당 인재풀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안건을 급하게 상정해 날치기 통과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즉각 비판했다. 그는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 국정 현안을 대응하는 자리다. 원내대표와 조율을 거치는 게 상식”이라며 “당대표가 이를 생략하는 것은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당을 혼자 운영하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도 손 대표 측과 반대 진영 간 얼굴을 붉히는 설전이 벌어졌다. 당직 인선이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는지를 두고 말꼬리 잡기식 언쟁이 이어졌다. 손 대표는 결국 격노하며 발언을 중지시켰고, 반대파 최고위원들의 집단 퇴장 속에 임명을 강행했다.
손 대표 측 비난의 화살은 유 의원으로도 향했다. 유 의원 흠집 내기를 통해 수세에 놓인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다. 문 최고위원은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띄우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조차 5·18 기념식에 참석했는데, 창당 주역인 유 의원이 불참한 것은 국민들에게 우리 당이 한국당과 궤를 같이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준석 최고위원은 “왜 최고위 회의에서 당내 인사를 향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유 의원 페이스북만 봐도 광주 희생자 넋을 기리는 절제된 글이 있는데 무슨 근거로 비난하느냐”고 반박했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당직 인선 몇 시간 뒤 유·안 연합군 소속 의원들로 원내지도부를 구성하는 ‘맞불’ 인사를 단행했다.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당직 인선 철회를 요구하며 21일 긴급 최고위 소집을 요청했다.
이형민 김용현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