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출신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사진) 신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의회 해산을 선언했다. 정치인들이 공익을 돌보지 않고 부정축재만 일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 지역을 둘러싼 친러시아 반군과의 교전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 오전(현지시간) 키예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베르호브나 라다(우크라이나 의회)를 해산하겠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취임식에 참석한 정치인들을 향해 “미래 선거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 달라”고 촉구했다.
의회 해산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우크라이나 헌법은 대통령이 현직 의원의 임기가 만료되기 6개월 전까지 의회 해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의회 구성을 위한 선거가 열리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당인 ‘국민의 종복’이 압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국방장관과 검찰총장, 정보기관장 등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도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둘러싸고 2014년부터 진행 중인 정부군과 친러 반군 간 교전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영웅들이 거기서 죽지 않도록 모든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 전쟁을 일으킨 건 우리가 아니지만 끝내는 건 우리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코미디언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민의 종복’이라는 정치 풍자 드라마에서 대통령을 연기해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다. 이 인기를 발판삼아 지난달 대선에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을 압도적인 표차로 눌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나는 평생 동안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며 “다음 5년 동안에도 나는 최선을 다하겠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의원직 상실에 직면한 현직 의원들은 저항에 나섰다. 포로셴코 전 대통령을 따르는 여당 ‘페트로 포로셴코 블록’과 연정을 유지해온 ‘국민전선’은 지난 17일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연립여당이 붕괴 이후 30일 동안 의회 해산을 금지한 규정을 이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해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회 해산에 실패할 경우 현직 의원 임기 만료에 따른 정례 총선이 오는 10월 열릴 예정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