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를 기반으로 신사업 영역 구축에 나섰던 대안택시 업계가 위축되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 이후 카풀 시장은 진척이 없는 상태이고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승차공유 플랫폼 ‘타다’ 간 갈등은 다시 격화되는 양상이다.
과거 정부가 파급효과를 예상 못하고 강행한 성급한 법 개정이 갈등의 발단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존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을 이유로 정부가 신사업에 대한 규제에 나서는 행태 역시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다 측은 2014년 10월 공포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 제1호를 사업의 법률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에게는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시행령 개정은 그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재한 1차 규제개혁 끝장토론회에서 ‘운전자 알선 금지 규제’를 풀어 달라는 렌터카 업계의 요청으로 해당 안건이 규제개혁장관회의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대통령령 입법 예고 기간은 40~60일이지만 해당 안은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심의,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까지 한 달 만에 끝났고, 그해 10월 공포됐다. 당시 정부는 입법 예고안에 “중소 규모 단체관광을 위한 임차 시 임차인이 직접 운전이 곤란해 이용자의 불편이 초래된다”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알선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택시업계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 타다의 주 고객은 여성 승객 또는 나홀로 승객이 대부분이다. 입법 취지와 다른 결과물이지만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타다가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애초 관광객 대상으로 한 영업허가가 시행령 개정의 취지지만 개정안엔 이 같은 내용이 빠지면서 타다 측 사업의 근거가 됐다.
최근 사회적 대타협 이후 사양 분위기인 카카오 카풀 역시 비슷한 케이스다. 2015년 6월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 개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대 카풀의 유상 운송이 가능했다. 일반인만 이용할 것으로 봤던 카풀을 사업 영역으로 확대한 케이스다. 역시 택시업계에 미칠 영향은 예측하지 못했다.
택시업계에서는 택시 면허권 가격이 대당 9000만원에서 최근 6000만원까지 떨어진 것이 카풀·타다 등 신산업 진입의 영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영환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는 20일 “개인택시는 법인택시와는 달리 면허권 가격이 정해져 있기에 타다 진입으로 입는 타격이 크다”며 “택시 승객 수도 한정돼 있는데 타다가 단거리 배회운행 등 불법행위를 하니 돈벌이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전현직 간부 9명은 지난 2월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박재욱 대표와 VCNC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이사는 “다음 달 20일쯤 전국 단위로 16개 시도지부 개인·법인 택시기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4차 생존권사수대회와 정권퇴진운동을 벌이자는 방안을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타다 측은 택시 업계의 ‘생존권 위협’ 주장은 과장됐다고 반박한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SNS에 “타다의 비중은 전국 택시 매출의 1%도 안 된다”며 “(타다 운행으로) 택시 수입이 얼마나 줄었는지, 줄었다면 그 원인이 최근 택시요금 인상인지, 불황인지, 아니면 타다인지 정확한 데이터와 근거를 갖고 이야기하라”고 비판했다.
스타트업 연합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이날 성명을 내고 “마치 국내 모빌리티 혁신이 택시업계를 몰아낸다는 근거 없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며 “택시업계 일각의 현실 왜곡과 과격한 정치 쟁점화가 모빌리티 혁신 논의를 뒤덮으면 택시와 모빌리티 스타트업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타다를 막더라도 결국은 세계적 추세에 따라 택시 이외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나타날 것”이라며 “외려 지금부터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게 택시업계가 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빌리티 업계는 국회·정부의 갈등 중재 능력에도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택시·모빌리티 간 갈등이 재점화된 책임이 당정 주도로 도출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카풀·플랫폼 택시 합의안에 있다는 것이다. 당시 합의안의 골자는 ‘카풀 부분 허용 및 플랫폼 택시 활성화’인데, 주로 법인 택시기사에게 혜택이 집중된다. 이 때문에 당시 거셌던 카풀 갈등은 잠재울 수 있었어도 합의안에서 소외된 개인택시 기사들이 최근 타다를 공격할 만한 빌미를 남겼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모호한 태도도 문제로 꼽힌다. 카풀·타다에 내린 ‘합법’ 입장을 택시업계 반발 이후 ‘유보’로 뒤집거나 플랫폼 택시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는 게 대표적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갈등이 계속되는데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는 모빌리티 혁신을 둘러싼 음해에 침묵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파급 효과를 고려한 세밀한 정책 추진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신사업 모델에 대해 규제 일변도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입법 취지와는 맞지 않더라도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사업을 개발해 시장 진출을 하는 것 자체를 막아설 경우 신사업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공유차량 산업은 선진국에서 보편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발도 못 붙이고 있는 상태”라며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사업에 도전을 하려 해도 규제 때문에 현재 국내의 많은 신산업이 정체돼 있는 만큼 경제적 비용을 고려해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사야 오주환 이동환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