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격화 속타는 정부 “우리 경제 영향 심각할 수도”

입력 2019-05-20 21:15
홍남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미·중 무역전쟁 악화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홍 부총리 왼쪽은 최종구 금융위원장, 오른쪽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뉴시스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정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매기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0.2% 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국민일보 5월 13일자 10면 참조).

중국도 ‘관세 치킨게임’에 나서면서 한국 경제가 입을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1200원대를 앞둔 원·달러 환율도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근심거리다. 하지만 대응 수단이 많지 않다.

정부는 20일 홍 부총리 주재로 긴급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미·중 무역전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홍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무역갈등 격화로 대외 불확실성이 급증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한국의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 비중은 38.1%에 달한다. 두 나라가 관세 장벽을 높이면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 직격타다. 전체 수출의 25.5%를 차지하는 중국으로는 완제품보다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한층 격화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은 우려를 더한다. 중국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환시장 변동성마저 커졌다. 지난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환율은 1195.6원을 기록하며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환율이 오르면 같은 양의 원자재를 수입하더라도 돈을 더 지불하고 사와야 한다. 국제유가마저 고공행진 중이라 당장 석유화학 관련 산업은 큰 충격을 받는다. 원자재 단가 인상은 수출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상쇄하기도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환율 변동에 대비가 돼 있지만 중견·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단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조치에 무게를 뒀다. 홍 부총리는 “금융시장에 지나친 쏠림 현상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우 적절한 안정조치를 통해 시장 안정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환율은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20일 119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1.5원 떨어졌다.

또 정부는 수출 시장과 품목 다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음 달 중으로 소비재, 디지털 무역, 서비스업 등의 후속대책을 마련한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가속화하고, 신흥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