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40% 논란, 빚 늘려 쓴 돈 ‘성장’ 이어질지가 핵심

입력 2019-05-21 04:08

국가채무비율 논쟁이 뜨겁다. 나랏빚을 더 늘리자는 쪽과 유지해야 한다는 쪽이 ‘40%’라는 숫자를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맞선다. 핵심은 ‘성장’이다. 보수주의 진영은 다른 국가보다 경제성장률 둔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현재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미래에 복지 지출 등으로 나랏빚이 급증할 수 있고, 저성장이 심각할 때 재정지출을 해야 하니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것이다. 이와 달리 진보주의 진영은 발상의 전환을 얘기한다. 지금 나랏돈을 풀어 저성장을 유발한 원인을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나랏빚 증가→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상승→경제 성장으로 GDP 증가→국가채무비율 하락’의 선순환을 기대하는 것이다.

논쟁의 출발선은 국가채무비율 40%의 적정성이다. 국가채무비율이 어느 정도인 게 적정한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의견이 갈리는 해묵은 주제다. 올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39.5%다. 국제기준인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40% 안팎이다. 미국(136%)이나 일본(233%) 등과 비교해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보수진영은 ‘특수성’을 강조한다. 빠른 고령화, 취약한 연금구조, 둔화되는 성장률이 그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미래에 나랏빚이 폭증하기 때문에 현재 수준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7년에 “한국은 GDP 대비 225%까지 빚을 늘릴 수 있지만, 고령화와 복지 지출을 감안하면 40% 수준을 지켜야 한다”고 권고한 이유다. 미국 일본은 기축통화국이라 한국과 경제구조나 사정이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반면 진보진영은 여력이 있을 때 돈을 써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본다. 국가채무비율은 GDP를 기준으로 한다. GDP가 커지면 빚의 총량이 늘어나도 국가채무비율을 낮출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6년에 “주요 국가가 재정을 현재와 비교해 GDP 대비 0.5%를 매년 꾸준히 더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OECD는 나랏빚을 늘릴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단기적으로 3~4년간 상승할 수 있지만, 이후 안정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다시 낮아진다고 진단했다.

결국 정부가 나랏빚을 더 늘린다면 두 가지가 쟁점이다. 재정지출의 총량을 늘려 쓴 돈이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출의 질(質)’ 문제가 뒤따라 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나랏돈을 크게 ‘양극화 해소’와 ‘성장률 제고’에 투입할 예정이다. GDP 산출식에는 정부의 인건비, 설비·건설 투자 등이 정부수입으로 반영된다. 현금성 복지 지출은 민간으로 이전되기 때문에 민간소비에 일부 반영된다.

‘일시적’ 재정건전성 악화를 버틸 체력을 닦는 것도 중요하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가채무비율이 급증할 수 있다. 이때 더 나랏빚을 늘리지 않도록 수입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증세 논의’가 불가피한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현재 국채 금리가 낮고 국제적으로 채무 수준도 낮아 나랏빚을 더 낼 여력은 있다”며 “다만 확장적 재정정책을 제대로 하려면 국채 발행과 조세부담률 상향을 병행해야 하고, 지출의 질을 높이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