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운영위, ILO 핵심협약 비준 합의 결렬

입력 2019-05-20 19:45

노·사·정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합의안을 끝내 만들지 못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해 7월부터 이끌어 온 논의는 노동계, 경영계 모두 반발하는 ‘공익위원안’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경사노위 운영위원회는 20일 6차 회의를 열고 ILO 핵심협약 비준 의제를 다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과 지난달에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이 마련한 권고안을 두고 운영위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앞서 진행된 노·사·정 부대표급 비공식 협상에서도 성과물을 얻지 못했다.

노사의 큰 시각 차이가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를 헛돌게 만들었다. 공익위원안은 4가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한 국내법 개정 방향을 담고 있다. 공익위원안은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공무원·교원의 노조 가입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등 근로자 단결권을 강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쟁의기간에 대체고용을 금지하는 현행 제도는 유지하되 파업 시 사업장 점거를 제한하는 식으로 관련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경영계는 공익위원안이 노동계 요구를 일방적으로 반영했다고 주장한다. 단결권을 강화하는 만큼 사용자의 생산활동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제도 완화 같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노동계도 공익위원안에 불만을 표시한다. 파업 중 사업장 점거 제한 등은 경영계의 ‘노조 공격권’을 늘린다고 지적한다.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면서 경사노위 운영위는 그동안 논의한 내용을 정리해 본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사실상 마무리 수순이다. 향후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는 국회에서 다루게 된다.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명시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마냥 미루기도 어렵다. 경사노위 운영위원장인 박태주 상임위원은 “깊이 있는 대화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며 “두 차례의 공익위원 합의안이 향후 논의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