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악화 및 가뭄·염해 등 각종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충남 서산시 부남호가 네덜란드의 ‘역간척 사업’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정상화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충남도에 따르면 서해 연안·하구 생태복원 사업 벤치마킹을 위해 유럽에 방문 중인 양승조 충남지사가 네덜란드 질랜드주 휘어스호(湖)의 ‘카체홀로(해수유통 터널)’와 오스터스캘트댐, 마에스란트댐, 질랜드항 등을 방문했다.
네덜란드는 1953년 1월 대홍수 이후 델타 지역 13곳에 댐과 방파제, 해일 방벽 등을 건설하는 ‘델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962년 하구 최남단을 막아 완성한 휘어스호는 당초 재난·해일 방지·담수 확보·휴양 및 관광 등을 목적으로 조성됐으나 40여년 간 바닷물과 강물의 흐름이 막히며 갯벌이 파괴됐고 상류에서 유입되는 영양염마저 없어져 갑각류·어패류가 사라졌다. 특히 여름철에는 남조류 번성으로 수질이 급격히 악화돼 수생식물이 죽고 악취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결국 2004년 2개의 터널을 뚫어 해수를 유통시키기 시작했다. 그 결과 휘어스호 물의 총인농도(TP)가 0.4㎎/ℓ에서 0.1㎎/ℓ로 줄어드는 등 3개월 만에 수질이 크게 개선됐다. 또 청어와 홍합, 굴, 가자미 등 다양한 생물이 돌아왔고 수상 레포츠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몰리며 지역경제에도 활력이 붙었다.
충남도가 역간척 사업 대상지로 선정한 부남호 역시 휘어스호처럼 해수유통이 차단되며 담수호의 수질이 Ⅵ등급으로 악화된 지역이다. 때문에 담수호를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우기에는 천수만 오염을 비롯해 인근 어장까지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담수호에서 발생하는 악취탓에 국내·외 기업들이 태안 기업도시나 서산 웰빙특구 투자를 기피하고 있으며 인근 논은 매년 가뭄과 염해 피해를 입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는 네덜란드의 역간척 성공 사례에서 서해 연안 및 하구 생태복원 사업에 접목할 수 있는 대책을 찾는다는 복안이다. 도는 앞으로 갯벌이 드러나 기수역이 조성될 수 있도록 부남호의 방조제의 구조를 변경하고 해수유통구를 확장할 계획이다. 또 부남호 하류·천수만 상류에 오염퇴적토를 준설하는 한편 하천에 유입되는 생활하수 처리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부남호의 생태를 복원해 민간 투자를 이끌고 혁신 성장동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