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치러졌지만 정치권의 5·18 공방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여권은 5·18 폄훼 발언 및 관련자 징계 문제를 들어 자유한국당의 역사인식을 집중 공격했고, 한국당은 여권이 5·18을 갈등과 분열 조장에 활용한다고 역공을 폈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가동 지연을 놓고도 네 탓 싸움이 벌어졌다.
여야는 주말 내내 SNS와 당 논평 등을 통한 온·오프라인 여론전을 이어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 듯해 씁쓸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한국당 지도부에 대한 항의 때문만은 아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독재자의 후예’ 운운하며, 진상규명위 출범 지연의 책임을 국회 탓으로 돌리고 사실상 우리 당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5·18 기념사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한 데 대해 반발할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진상규명위의 경우 한국당은 이미 자격이 충분한 위원을 추천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이유 없이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만희 당 대변인도 19일 “진상규명위 출범이 늦어진 실질적 책임이 청와대에 있는데도 이를 야당에 전가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더는 역사에 등 돌리지 말라. 첫 단추는 5·18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 역사의 가해자에게 그에 마땅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며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재차 한국당을 공격했다.
5·18 진상규명위는 조사위원 구성 지연으로 근거 특별법 시행 이후 8개월째 표류 중이다. 한국당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씨 위원 추천 문제로 논란을 빚다가 지난 1월 지씨를 뺀 3명을 추천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 가운데 2명에 대해 법률상 위원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김정숙 여사의 ‘황교안 패싱’ 논란까지 제기했다. 그는 “김정은과도 공손하게 악수를 하셨던 영부인께서 황교안 대표께는 왜 악수를 청하지 않고 뻔히 얼굴을 보며 지나치셨을까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썼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뿐 일부러 건너뛴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발의한 개헌안 전문(前文)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여론전에 가세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역사관과 국정철학이 압축돼 있다. 변화된 부분을 읽어보라”고 했다. 현행 헌법에 명시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부분을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수정한 것이 특징이다.
조 수석은 또 “우리 사람 되기 힘들어도 괴물이 되진 말자”며 5·18 폄훼 발언자들을 비판했다. 이에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사람이 되기는 힘들어도 자신의 허물을 보지 못하는 괴물은 되지 말자”며 조 수석을 비꼬는 논평을 냈다.
지호일 신재희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