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대응 방식에 대해선 “미국에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한 ZTE(중싱통신)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고, 국가의 힘이 필요한 국제적 중재도 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력으로 미국의 공세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통신 대기업인 ZTE는 지난해 4월 미국의 수출 규제로 미국산 핵심 부품을 구하지 못해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가 거액의 벌금과 경영진 교체 등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위기를 넘겼다.
런 회장은 부품 확보 문제에 대해서는 “2015년쯤 전부터 미국과 싸워야 한다는 예감을 갖고 조용히 준비를 해 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지만 프랑스와 독일, 영국은 독자 노선을 내세우는 등 ‘화웨이 봉쇄’ 전선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독일 산업계를 대표하는 독일산업연합(BDI)은 최근 “유럽은 5G 네트워크 건설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하며, 미·중 무역분쟁에 휘말리면 안 된다”며 독자노선 유지를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화웨이뿐 아니라 다른 어떤 기업도 봉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러미 라이트 영국 문화부 장관도 “영국은 독자적인 심사를 하며, 반드시 미국의 결정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와의 거래금지를 선언한 미국 정부도 벌써부터 화웨이 고객사인 자국 기업들의 피해를 우려해 9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 발급을 고려하는 등 거래 제한 축소 계획을 내놓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700억 달러(약 83조원)어치 부품을 구입했다. 이 중 퀄컴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에서 110억 달러어치를 샀다. 따라서 화웨이 거래금지는 퀄컴과 마이크론 등 미국 내 반도체산업 위축, 5G 네트워크 구축 지연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유라시아그룹은 “전세계 화웨이 고객의 네트워크 위험을 초래하고, 피해는 미국까지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한국은행은 19일 “미·중 무역전쟁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수의 수급 불안요인이 잠재하고 있다”며 “글로벌 자금 흐름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이경원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