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외식 물가… 냉면 한 그릇에 1만4000원

입력 2019-05-19 19:50

냉면 마니아 한모(32)씨는 요즘 냉면 가격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유명 맛집에서 평양냉면을 맛보려면 적게는 1만2000원에서 많게는 1만4000원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씨는 “최근 단골 냉면집이 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며 “냉면 한 그릇을 2만원 주고 먹어야 할 시대가 조만간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외식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냉면과 칼국수, 비빔밥, 김밥 등 소비자가 즐겨 먹는 8개 음식 가격이 지난 1년 사이 최대 8%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명 맛집이 아니더라도 서울 지역에서 냉면 한 그릇을 사먹으려면 9000원가량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은 19일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을 통해 지난달 서울 지역 냉면과 칼국수, 비빔밥 평균 가격이 그릇당 각각 8962원, 6923원, 8731원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냉면은 3.1%(270원), 칼국수는 4.0%(269원), 비빔밥은 7.6%(616원) 올랐다. 2017년 4월과 비교하면 냉면은 1039원이나 뛰었다. 출퇴근·등하굣길 직장인과 학생들이 많이 찾는 김밥 한 줄 가격은 2369원으로, 전년보다 8.1%(177원) 증가했다. 8개 음식 중 자장면만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원재료비와 인건비 인상이 최근 외식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외식업은 타업종과 비교해 재료비와 인건비 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최근 재료비와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곡류와 고기 등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까지 늘면서 음식값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쌀과 콩, 닭고기 등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5%, 21.4%, 10.9% 올랐다. 서울 중구의 한 유명 냉면집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원재료비가 늘고 인건비 부담도 커져 지난 2월 가격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는 중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돼지고기 가격도 최대 1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겹살과 앞다리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여 이를 활용한 음식값 인상은 불가피하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외식물가는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도 낮지 않은 수준”이라며 “소비자들이 높은 음식값 때문에 외식을 줄일 경우 음식점들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