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 이어 여성 시위가 또 등장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최근 마무리된 경찰의 클럽 버닝썬 사태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남성들의 카르텔(담합)’이 작용한 결과 여성을 상대로 한 클럽 내 약물범죄 등에 대한 수사가 미흡하게 끝났다는 것이다.
여성 수백여명은 1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가수 정준영, 클럽 버닝썬 이문호 전 대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의 이름을 넣어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를 개사해 불렀다.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든 참가자들은 사랑채 측면 2차로를 가득 채웠다.
‘검경유착의 빛나는 성과, 강간카르텔’이라는 내용의 주황색 피켓이 빗속에서 흔들렸다. 주황색은 경고, 인명구조, 구호를 의미한다. 여성을 구조하는 시위라는 뜻이다. 참가자들은 여성이 비상사태에 처해있음을 상징하는 사이렌을 울렸다. 시위에는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할 수 있었다. 시위 장소의 울타리 안 취재도 여기자에게만 허용했다.
이날 집회의 이름은 ‘강간 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였다. 시위를 기획한 여성들은 연예계 및 정·재계, 수사기관이 유착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성범죄자 뿐 아니라 국가기관 및 정·재계 인사들도 ‘성범죄 카르텔’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주최 측 여성 중 한 명은 발언대에서 “여성이 강간당하는 순간에도 공권력은 나서지 않았고, 수사기관은 피해자를 착취했다”고 했다.
특히 버닝썬 수사 결과에 대한 무력감과 분노를 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주최 측은 “범죄 관련자들의 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는 현실”이라며 “(사건은) 매번 못된 남성 개인의 일탈로 마무리된다”고 꼬집었다. 또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수 승리를 지목하며 “승리는 접대했고, 접대가 승리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홍익대 누드모델 몰래카메라 촬영 수사 결과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수사기관은 그때 사회적 위험성을 제거해야 한다며 (가해 여성에) 징역형을 선고했다”며 “지금 여성에게 가해진 위험은 사회적 위험이 아니냐”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