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트럼프, ‘트럼프 골프장’서 정상회담 고집

입력 2019-05-20 04:05 수정 2019-05-20 20:29
사진=AP뉴시스

아일랜드가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 백악관이 미국·아일랜드 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골프리조트에서 열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CNN방송은 장소 문제를 둘러싼 교착상태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일랜드 방문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3∼5일 영국을 국빈방문한 데 이어 6일 프랑스를 찾아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국빈방문을 마친 5일 아일랜드의 자신 소유 골프리조트에서 하룻밤 묵은 뒤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에 참석하고 아일랜드로 되돌아와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프랑스와 인접한 아일랜드에서 2박을 할 계획인 셈이다.

CNN은 아일랜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미국·아일랜드 정상회담을 위해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에게 둔버그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리조트로 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일랜드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 열릴 모든 행사의 장소를 아일랜드 정부가 결정해야 하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호텔에서 행사가 열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직접 나서서 아일랜드 정부에 무리한 요청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 정부는 타협안을 내놓았으나 백악관으로부터 퇴짜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일랜드 정부는 16세기 지어진 고성인 드로몰랜드성에서 만찬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 소유 골프리조트에서 조찬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드로몰랜드성은 2004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 정상회담 장소로 사용됐던 곳이다. 그러나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일랜드를 방문하지 않고 스코틀랜드에 있는 트럼프 소유 골프리조트에 묵을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백악관이 공식 발표를 하기 전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일랜드 방문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둔버그 골프리조트 홍보 효과를 위해 미국·아일랜드 정상회담 개최를 종용하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일랜드 방문 문제는 버라드커 총리에게 정치적으로 까다로운 문제가 됐다. 버라드커 총리는 아일랜드에서 매우 인기가 낮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생각이지만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의 유럽 본부가 아일랜드에 있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일랜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방문 반대 시위가 조직화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뒤 아일랜드를 공식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전격 취소했다. 그는 올해 3월 워싱턴에서 버라드커 총리를 만났을 때 “나는 올해 아일랜드를 방문할 것”이라며 “나는 둔버그에 특별한 장소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