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멈춰 서 있다. 패스트트랙 폭력사태 이후 3주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 전에도 일을 했던 것은 아니다. 4월 국회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놓고 대치하다 빈손으로 끝났다. 3월 국회는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법 같은 민생법안에 합의하지 못해 빈손이었다. 1, 2월은 손혜원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제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등으로 아예 개점휴업 상태였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빈손 국회’를 입력하면 ‘○월도 빈손 국회’라는 게시물이 1년 열두 달 빠짐없이 검색된다. 20대 국회의 여야 협상은 법안 조율보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것이 더 많았다. 비정상이 일상화된 국회를 보노라면 또 총선을 해서 21대 국회를 꾸려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1년이나 남은 총선에 벌써 정신이 팔려 있다. 이번 국회에서 뭔가 해보겠다는 생각은 이미 버린 듯하다. 일하지 않는 국회에 쏟아지는 국민적 비난을 놀라운 맷집으로 견뎌내며 어떤 이슈도 총선용으로 치환해 버리는 기민함을 발휘하는 중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요즘 한산한 국회와 대조적으로 분주해졌다. 양정철 원장 취임과 함께 “총선 승리가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규정하며 일찌감치 준비 체제에 돌입했다. 한국당도 영입 대상자 2000명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접촉을 시작했다. 황교안 대표의 장외집회 행보나 민주당의 전국순회 민생투어 역시 총선을 겨냥한 세몰이 성격이 강하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총선과 직결된 정계개편에 관심이 쏠려 있고,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의 당선 일성은 총선의 호남 의석수 문제였다. 내년에 치를 총선을 위해선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당장 식물국회를 재가동하는 일에는 여유로움이 넘쳐난다. 버스대란 위기를 부른 주52시간제는 보완입법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최저임금도 입법 미비로 기존 방식에 따라 결정할 판이며, 5월 중에 통과돼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추가경정예산안은 국회로 넘어온 지 한참 됐는데, 각 당 원내대표들은 “밥 잘 사주는 누나” “맥주 잘 사주는 형”같은 소리나 하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호프타임을 갖겠다고 한다. 이러는 이들이 총선 때는 앞다퉈 ‘일하는 국회’를 공약할 것이다. 웃기는 일이다.
[사설] 벌써 총선에 정신 팔린 여야, 이번 국회는 포기했나
입력 2019-05-20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