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모범적이고 안정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나는 원하는 일도 잘 이루어졌다. 꼭 가고 싶은 중학교에 추첨 배정되고 반 배치고사에서 수석을 해 주목을 받았으며, 몸도 건강해 친구들이 거의 다 걸리는 극심한 유행병들도 모두 나를 피해갔다. 학교에서는 늘 1등을 하니까 친구들은 모두 짝꿍이 되기를 원하며 항상 먼저 다가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좋았다. ‘나중에 나도 딸을 낳으면 꼭 나 같은 애였으면 좋겠다. 이름도 나랑 똑같이 혜원이라고 지어줄까?’ 이런 생각까지 했다.
어려서부터 나의 변함없는 꿈은 선생님이었다. 춘천교대에 입학을 하고 함께 온 친한 친구 소개로 한마음교회 기숙사에 들어갔다. 신앙에는 관심 없었지만 부모님께서 타지에서 교회의 보호 아래 있는 게 안전하다고 딱 3개월만 있으라고 설득을 했다. 언니들이 과제도 도와주고 요리도 해주니 생활은 참 좋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교회에 나갔지만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데 굳이 하나님이 필요해?’라는 생각에 말씀은 강 건너 불이었다. “혜원아, 예수님이 우리 죄값을 대신해서 죽으시고 부활하셨어. 그분이 너의 주인이야”라고 해도 ‘언니,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으면 세상을 즐기지도 못하는데요? 저는 이대로가 좋아요’라고 늘 속으로 말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예배에 빠졌고 참석할 때도 머릿속은 늘 혼자 멋진 곳으로 소풍을 갔다.
그러다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과 학생회장을 등 떠밀려 맡게 됐다. OT, MT, 총회 등 과 행사가 있을 때마다 교수님과 선후배들을 챙기며 진행과 기획을 했고, 후배들의 잘못까지 내가 책임을 져야했다. 남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고 내 의사는 전혀 관계없이 맡은 능력 밖의 일들이 너무 힘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하나님이 생각났다. 목사님과 언니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말씀들은 다 기억되는데 나는 왜 그 말씀 앞에 굴복되지 않는지 너무 답답해졌다.
처음으로 낮은 마음으로 엎드렸다. 그때 문득 ‘그리스도께서 다시 사신 것이 없으면 너희의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요’라는 말씀이 마음을 강타했다. ‘부활하시지 않으면 여전히 죄 가운데?’ 순간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 나도 함께 죽고, 부활하실 때 나도 함께 살아났다는 말씀이 생각났다. ‘아! 죄 가운데 있던 나를 예수님이 죽고 부활하셔서 살려주신 거구나!’ 내가 죽어야 할 자리에 예수님이 계셨다. 예수님을 믿지 않고, 감각 없이 내 인생은 내 것이라며 하나님과 비기려 했던 모습이 비춰져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어떤 말도 나오지 않고 눈물만 흘렀다. 비로소 나는 예수님 믿지 않았던 죄를 마음 중심으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모셨다.
그렇게 내 마음의 주인이 바뀌니까 과학생회장 일도, 임용고시 준비도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말씀으로 기쁘게 감당하며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공부시간은 짧았지만 임용고사에도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다. 친구들이 “야! 류혜원! 너 이번에도 역시 한 번에 풀리는 구나” 할 때 “다 하나님께서 해주신 거야” 하며 예수님을 자랑했다.
졸업 직후 3월부터 교단에 선 나는 동료 교사들과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자살예방교육을 하며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고귀함과 그분이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는지 전할 때마다 기쁨이 넘쳐흐른다. 학기 초에는 학부모님들께 ‘인생의 참 주인을 만나는 게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는 나의 교육관과 학급 운영의 목표를 먼저 말씀 드린다. 처음에는 참 의아해하던 학부모들도 시간이 지나며 변화되는 아이들을 보며 나중에는 너무 좋아한다.
평탄한 삶 속에서 하나님이 필요 없다고 자신하며 살았던 나! 그러나 지금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강과 기쁨으로 이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명자의 길을 걷고 있다.
류혜원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