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은 중대 시그널”… 남은 한달 남북대화 올인

입력 2019-05-17 04: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백악관 역사협회 만찬에 참석해 키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다음 달 하순 방한해 한·미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AP뉴시스

두 달 만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한 중대 기회로 평가된다. 다음 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남은 한 달여 동안에 북한을 대화 궤도로 끌어올린다면 북·미 비핵화 협상이 급진전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한 달여 기간에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각급 채널을 총동원해 북한 측에 4차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고 설득 중이다. 북한은 그동안 확답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이 확정되면서 북한 입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16일 “한·미 정상이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일본 오사카가 아닌 한국에서 별도로 만난다는 것은 북한에 보내는 중대한 시그널”이라며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대화에 응한다면 정체된 북핵 국면을 빠르게 진전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 정상회담→서울 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연쇄 정상외교를 통해 비핵화 논의의 진전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한·미가 구체적 일정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정상회담 성사 사실을 발표한 것도 북한에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의제 조율에 착수했다. 북한의 반응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다 다음 달 중에 의제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기본적으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논의들이 서로 있을 것”이라며 “양국이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여러 상황정보도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은 한 달여간 여러 협의를 통해 의제, 일정, 형식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정부 구상에 호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 14일 미 행정부가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하자 “날강도적인 행위”라고 비난하며 불신의 골을 키우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귀국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진일보한 제안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 구상에 적극 호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정부 제안에 아직까지 이렇다할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두고 한·일 간 치열한 물밑 외교전도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G20 정상회의 개최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일본 국빈방문, 다음 달 G20 정상회의 참석으로 한 달 새 두 차례나 일본을 찾으면서 미·일 밀월에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한국을 찾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한국을 국빈방문했을 때도 일본에 먼저 간 뒤 방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촉박한 일정 탓에 당일치기 또는 1박2일 일정의 실무방문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