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에서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주인공처럼 고무신을 신고 바람개비를 돌리며 문학 감성을 키웠던 소년은 목회자가 됐다. 그 목회자는 회색빛 도시인들의 가슴에 복음을 담아 민들레 홀씨 같은 사랑을 심는 시인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막으로 간 꽃밭 여행자’는 목회자이자 시인인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의 아홉 번째 시집이다.
시 ‘꽃밭 여행자’에는 순탄치만은 않은 꽃밭 여행길에서 여행자가 지쳐가는 순간과 그 순간의 눈물, 눈물이 이슬이 되어 다시 꽃잎으로 피어날 것에 대한 소망을 품는 과정을 그린다. 시적 화자는 황무지를 꽃밭으로 가꿔야 할 사명자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소명이자 영혼을 사랑하는 한 목회자의 모습을, 가슴 깊이 꽃을 사랑하는 ‘꽃밭 여행자’로 은유한 것이다.
목사시인이 바라 본 세상의 상처, 그 속에서 피어난 희망과 사랑은 시인 특유의 서정성을 통해 83편의 시에 뭍어난다. 이는 “삶의 외로움과 고뇌로 인하여 밤새 잠 못 드는 이의 불 꺼진 창가를 비추는 달빛이 됐으면 좋겠다”는 시인의 바람과 맞닿아 있다.
정호승 시인은 “신이 인간의 꽃밭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먼저 꺾어 천국을 장식하듯이 그는 시인이라는 나비가 되어 모든 인간의 사막을 꽃밭으로 만든다”고 했다. 푸름의 5월, 시인 소강석이 펼쳐 보이는 꽃밭을 여행하는 여행자가 돼 보는 건 어떨까.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