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지붕에 올라가 기와를 벗기고

입력 2019-05-17 18:16

토미 테니의 책 ‘종의 마음’을 보면 하나님께서 인간의 세포에 ‘섬김의 DNA’를 넣었다고 합니다. 우리 몸에 수십조 개에 이르는 세포가 있습니다. 눈에는 눈의 세포가, 손에는 손의 세포가 있는데 이 모든 세포가 몸에 가장 유익한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저자는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우리가 이미 타인을 섬길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갖고 세상에 태어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오늘 본문은 그렇게 하나님의 창조 목적대로 살았던 이들을 소개합니다.

예수님께서 한 마을에 가셨을 때 몇몇 사람이 이 소문을 듣고 한 중풍병자를 침상에 맨 채 그분께 옵니다. 이들이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둘러싸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자 이들은 주님이 말씀을 전하던 집의 지붕에 중풍병자를 데리고 올라갑니다. 군중은 지붕에 올라가는 이들을 보며 “도대체 뭐 하는 거냐”고 수군댔을 것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이 기와를 한 꺼풀씩 벗겨냈다는 것입니다. 지붕을 뚫는 일을 마치더니 데리고 온 중풍병자를 달아 예수님 앞에 내립니다. 아마 주님은 이들이 지붕을 뚫는 동안 소란스러워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주님이 이들에게 호통을 쳐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붕 위에서 내려온 중풍병자를 본 주님의 반응은 실로 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이르시되 이 사람아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20절) 여기서 ‘그들’은 중풍병자를 주님 계신 곳까지 데리고 와 지붕에 올리고 기와를 벗긴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섬김으로 친구인 중풍병자가 고침을 받습니다. 친구를 살리기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아름다운 섬김을 보고 예수님께서 감동해 병자를 고친 것입니다.

우리는 이 기적을 일으킨 주님의 능력을 삶 가운데서 경험해야 합니다. 또 이 일을 위해 모든 준비를 하고 중풍병자를 도운 이들의 수고를 주목해야 합니다. 이들은 중풍병자를 집에서 데리고 오는 수고를 했습니다. 사람들로 막힌 길에서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내 지붕으로 올라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기와를 벗기고 지붕을 뚫었습니다. 만일 이러한 수고와 섬김이 없었다면 중풍병자가 주님을 만나 치유의 손길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요.

지난 3월 수원종로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며 교회의 지난 사역들을 살펴봤습니다. 20년간 교회는 매주 토요일 200여명의 노숙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사랑의 손길’ 사역을 펼쳤습니다. 성도들은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고 요리해 배식하는 등 수고스러운 일을 자발적으로 했습니다. 매주 이 사역에 동참하다 몸에 무리가 생긴 성도들도 적지 않음을 알게 됐습니다. 성도들의 수고는 중풍병자를 주님께 데리고 온 친구들의 수고를 떠올리게 합니다.

교회 내 소그룹 모임으로 ‘속회’가 있는데 특별히 교회에 노숙자나 알코올 중독자, 독거어르신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속회가 있습니다. 이 속회에서 신앙교육을 받고 사랑의 교제를 나누며 치유받는 모습을 봅니다. 특별히 이 일에 헌신하는 권사님의 사랑과 복음을 향한 열정은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섬김과 사랑만이 교회를 교회 되게 합니다. 보이는 건물과 화려한 프로그램이 아닌 오직 섬김과 사랑으로 선교하기 위해서는 중풍병자를 주님께로 인도했던 이들처럼 수고해야만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주님의 놀라운 사랑으로 적셔져야 하고, 받은 사랑을 다른 이에게 돌려주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지붕에 올라가고 기와를 벗기는 수고 없이 주님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영혼을 위한다면 수고할 용기와 섬김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작은 섬김과 희생이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을 주님께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강성률 수원종로교회 목사

◇수원종로교회는 1899년 미 감리회 스웨어러 선교사를 주축으로 삼아 출발한 수원의 첫 개신교회입니다. 김세환 이선경 등 수원의 애국지사를 배출했고 수원 지역의 3·1독립운동과 국채보상운동, 애국계몽운동을 이끌었습니다. 올해 설립 120년을 맞아 교회는 상처받고 교회를 떠난 성도와 다음세대, 소외 이웃의 회복과 신앙 성장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