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 40%에 육박했던 노키아의 독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까지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피처폰 시장에 비해 매우 작았다. 당시 노키아 CEO는 ‘피처폰 강화 전략’을 선택한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으로의 시장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기존 자신들의 상품을 고수하면서 몰락했다.
신규시장을 얕봤던 노키아와 달리 소니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며 사업재편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카메라 후발주자였던 소니는 주력제품을 TV에서 카메라로 바꾼 후, ‘미러리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카메라 신시장의 생태계를 조성한 소니는 현재 1인 방송 대중화로 ‘제2의 붐’을 맞고 있다.
초기 소니의 국내 메인 산업은 TV와 바이오였다. 2006년에서야 DSLR 브랜드 ‘알파’를 처음 선보였고, 2010년 국내에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해 카메라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당시 내부 직원들은 ‘카메라 1위 사업자도 있는 상황에서 굳이 후발주자로 뛰어들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당시 히라이 가즈오 소니그룹 회장은 수익개선을 위해 국내 TV시장에선 철수하고 이내 바이오 부분은 매각했다. 자연히 소니의 국내 주력 제품은 TV 바이오 부문에서 카메라 오디오로 전환됐다. 당시 DSLR보다 미러리스 시장이 매우 작았던 터라 경쟁사들은 DSLR에 집중한 반면 소니는 미러리스 바디와 렌즈 라인업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했다. 높은 품질과 휴대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미러리스를 선호하게 되면서 소니는 작년 1분기 동안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했다. DSLR에 집중했던 경쟁사들도 약 2년 전부터 풀프레임 미러리스 상품을 최초로 출시했다. 그만큼 미러리스 시장성이 입증된 셈이다.
최근 1인 방송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니의 사업재편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유튜버’의 대중화로 사진만 찍던 사람들이 영상까지 눈독 들이면서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장됐던 녹음기 캠코더 시장이 부활하는 추세다. 실제 캠코더 시장은 7~8년 전 사장돼 산요 등 경쟁사들이 철수하고, 소니의 핸디 카메라가 캠코더라고 인식될 정도로 독보적인 상태다. 여기서 사용자들의 액션캠 수요가 늘다보니 자연스럽게 소니의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4K 캠코더는 판매량은 2017년 대비 지난해 16% 상승했는데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영향이 컸다”며 “플립형으로 이번에 출시한 RX02 모델은 기대 이상으로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ASMR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보이스 레코더도 다시금 잘 팔리기 시작했다”며 “전문 유튜버들은 다수의 카메라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안나 쿠키뉴스 기자 I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