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기기는 스마트폰일까 PC일까.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를 선보이며 스마트폰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폴더블 기기 시장에 폴더블PC가 등장했다.
중국 IT업체 레노버는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엑셀러레이트 콘퍼런스’에서 세계 최초 폴더블PC 시제품(사진)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펼쳤을 때 13.3인치 크기의 화면을 갖췄으며 반으로 구부리면 9.6인치 화면과 온스크린 키보드가 떠서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펼치면 태블릿PC, 접으면 노트북처럼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화면을 펼친 상태에서 블루투스 키보드 등을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레노버는 “이 제품은 폴더블폰이나 폴더블 태블릿이 아니다”며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갖춘 제대로 된 노트북”이라고 강조했다. 폴더블PC가 현재 노트북의 대체재 성격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 제품에 탑재된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와 협업해 만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다. TV용 대형 OLED 디스플레이에서 1위인 LG디스플레이는 폴더블 기기 시장 진출을 위해 중소형 OLED 개발도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를 탑재한다.
레노버는 이 제품의 구체적인 정보와 출시 시기를 2020년에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상용화 시점을 볼 때 일단 폴더블 기기의 시작은 갤럭시 폴드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갤럭시 폴드의 미국 시장 출시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적어도 이달 중에는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이왕 늦어졌는데 최대한 완벽하게 내놓자”는 의견이 있어 출시 시기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리뷰어들이 제기했던 보호필름 문제와 힌지 부문 이물질 유입 현상에 대한 원인은 파악됐으며,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더블폰 준비에서 가장 앞선 삼성전자가 출시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만큼 삼성전자를 기준점으로 삼고 준비해 온 화웨이 등 후발 업체들도 제품 출시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갤럭시 폴드처럼 ‘접으면 폰, 펴면 태블릿PC’로 활용되는 크기의 기기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폴더블폰의 시장 안착은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기기 전반의 확산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나온 스마트폰이 모든 기기를 사라지게 했지만 유일하게 넘지 못한 분야가 노트북”이라면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노트북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트북을 대체하기 위해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무조건 키울 수는 없다. 배터리 운용시간, 휴대성, 업무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입력 도구,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화면과 기기의 크기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