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가동을 위해 명분보다 실리를 택하는 중재안을 내놨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자유한국당 요구대로 3당 교섭단체만 참여하는 여야정 협의체를 청와대에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정 협의체 가동을 시작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여야 대화가 재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내 회의는 교섭단체 회의가 기본이다.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거가 끝나는 대로 최대한 빨리 교섭단체 회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경정예산안이나 민생 현안 등을 통과시키기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유일한 걸림돌이 여야정 협의체를 3당으로 하자는 것이라면 청와대에 건의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지난 12일 만찬에서 굉장히 많은 얘기를 브레인스토밍처럼 했다”며 “바른미래당 선거 이후 3당 원내대표가 같이 만나 얘기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여야정 협의체 형식에 대해서는) 서로 조율해보겠다”고 했다.
여당 원내지도부가 청와대와 한국당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나선 데는 국회 정상화에 대한 절박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임기가 오는 29일까지인 만큼 이번 주 안에 추경 논의가 진행돼야 통과가 가능해서다. 원내 관계자는 “여야정 협의체 회의 개최 주최는 청와대여서 당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5당 회동 이후 3당 회동을 하는 방식으로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당초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5당 원내대표로 정한 만큼 5당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여야정 협의체 개최와 5당 대표 회동으로 막힌 정국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바란다”며 “여야정 협의체의 분기별 정례 개최는 정국 상황이 좋든 나쁘든 그에 좌우되지 않고 정기적으로 운영해 나가자는 뜻으로 합의했다. 지켜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이 제안한 황교안 대표와의 양자회담, 3당 여야정 협의체 만남 모두 재차 거절하면서 기존 방식으로의 대화를 촉구한 것이다.
한국당도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심을 제대로 전하고, 국정 운영에 대해 대통령께 제대로 말씀드리기 위해선 일대일로 만나는 대화 형식이 필요하다”며 “영수회담의 선례가 많은데 왜 안 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교섭단체 3당만의 여야정 협의체가 진행될 경우 범여권으로 묶이는 비교섭단체 정당이 여당에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한국당 주장에 대해 “아주 비민주적인 주장”이라고 했고,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나경원 원내대표는 교섭단체가 벼슬이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가당찮다”고 일갈했다.
심희정 이종선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