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20만명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고위험군’

입력 2019-05-14 18:47

중학교 1학년 김모(14)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을 보던 김양은 SNS를 시작한 뒤로는 새벽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학교에 지각하는 날도 늘었고, 성적도 급격히 나빠졌다. 주말 내내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다고 나무라는 부모도, 학교 친구들도 자연스레 김양과 멀어졌다. 그 자리엔 자연스럽게 SNS나 커뮤니티에서 사귄 친구들이 들어앉았다. 하지만 우울감은 수시로 찾아왔다. 김양은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에서 ‘고위험군’으로 진단받았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3월 18일부터 4월 19일까지 학령 전환기에 해당하는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128만656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 하나 이상에서 ‘과의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이 20만6102명이었다고 14일 밝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모두에서 고위험군인 청소년은 7만1912명이다.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고위험군이 다소 감소했다가 증가한 데 반해 초등학교 4학년의 고위험군은 최근 3년간 꾸준히 늘었다. 여가부는 “1인 미디어나 실시간 방송, 유튜브 등 청소년이 이용하는 미디어 콘텐츠가 변화하면서 인터넷, 스마트폰에 과하게 의존하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과의존위험군은 ‘주의사용자군’과 ‘위험사용자군’을 합한 개념이다. 중·고생의 경우 하루 약 3시간, 초등학생은 2시간 정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보면 주의사용자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안정감을 보이며 계획적이지 못하고 자신감도 낮은 편이다.

위험사용자군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정도의 금단현상까지 보인다. 이들 중·고생은 하루 약 4시간, 초등학생은 약 3시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대인관계가 대부분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다보니 오프라인 만남보다 온라인 만남을 더 편하게 여긴다. 중·고생의 경우 수면시간이 5시간 내외로 줄어들어 학업에 지장이 생긴다.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띠며 스스로 조절이 요구되는 주의사용자군과 달리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에 따른 우울감 등을 사춘기 증상의 하나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에 따른 증상은 사춘기로 인한 것보다 좀 더 심화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인터넷, 스마트폰을 처음 접할 때 자기조절능력을 길러주고 이미 중독된 경우엔 가족 모두 사용금지 시간을 정하는 식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