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스피커’ 삼겠다는 한국당… 일각 “업무 과중”

입력 2019-05-14 19:27 수정 2019-05-14 21:07
지난 2월 17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 릴레이농성장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유튜브 촬영을 하면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소속 의원 전원에게 의무적으로 유튜브 활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기성 언론 환경이 당에 불리하다는 판단 속에 1인 미디어인 유튜브를 당의 주력 ‘스피커’로 삼아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 홍보국은 13일 소속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2020년 총선을 겨냥한 차별화된 홍보 콘텐츠를 생산하고 친숙한 이미지로 당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유튜브 영상 제작 콘테스트’ 개최 소식을 전했다.

표면상 경연 형식이지만 한국당은 의원 114명에게 ‘유튜브 계정을 개설하고 1인 1편 이상의 영상을 제작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이달 말까지 의원이 직접 출연하거나 제작에 참여한 영상을 의원 개별 유튜브 계정에 올린 뒤 당에 증빙자료를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한국당은 콘텐츠의 참신성과 흥미도 등을 평가한 뒤 우수 영상물 3개를 꼽아 시상하고 추후 당 차원의 ‘SNS 역량 평가’ 시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현재는 국민이 TV 프로그램보다 유튜브 방송을 더 많이 보는 상황”이라며 “의원들이 마중물 역할을 해서 전 당원이 유튜브를 정책홍보 등에 활용토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 들어 지상파 방송 등의 언론 지형이 친정부 성향으로 기울어졌다고 보고 유튜브를 대안 창구로 활용해 왔다.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당 행사를 생중계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유튜브 출연도 빈번해지는 추세다. 당 정책위원회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문재인정부 규탄 토크콘서트에는 14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성재준씨가 패널로 참여했다.

당 내부에서는 1인 미디어 강화라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다수 의원실은 편집 인력과 촬영 장비가 없어 전문 제작 업체에 맡기거나 보좌진의 개인 장비로 영상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의원실은 동영상 편집 능력을 인턴 채용 자격으로 제시했다가 ‘열정페이’(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같은 인력으로는 아마추어 수준의 영상밖에 만들 수 없다. 당이 별도의 지원 없이 일만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 보좌관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일 챙기기도 바쁜 상황에서 당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