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무장관 중재안은 대안없는 땜질 처방에 불과”

입력 2019-05-14 19:16 수정 2019-05-14 22:21
사진=권현구 기자, 뉴시스

박상기(왼쪽 사진) 법무부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관련 검찰이 우려해 온 문제들을 보완하겠다며 일종의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검찰 안팎에선 방식과 내용을 놓고 오히려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무일(오른쪽) 검찰총장은 14일 박 장관이 던진 ‘보완책’에 대해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려가 제기된 부분들을 ‘땜질’하듯 언급했을 뿐 논의 방향과 구체적 대안이 빠져 있다는 게 검찰 내 대체적인 반응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제안을 두고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 장관은 전날 저녁 검사장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4가지 보완책을 제시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새로운 혐의를 발견한 경우 죄명과 무관하게 검찰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또 경찰이 1차로 수사를 종결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송치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의 증거능력 제한과 관련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국회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검찰이 비판하는 부분 중 일부를 거론하며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검찰 반응은 미지근하다. 문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 같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며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박 장관의 이메일에 대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가는 게 좋은지에 대한 방향이 전혀 없다”면서 “검찰이 문제가 있다고 한 부분에 대해 반창고를 붙여 임시 처방하겠다는 식으로 땜질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민을 향해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고 장관이 검사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입장을 전한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총장과 검찰 간부 인사를 앞두고 마치 검사장들을 회유하려 한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특히 박 장관이 제안한 ‘보완책’은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는 상황’ 자체에 대해 문제를 지적해 온 검찰이 선뜻 환영할 수 없는 이유다. 앞서 문 총장은 수사기관이 수사 개시와 종결을 모두 갖는 것은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박 장관의 보완책이 수사권 조정의 근본취지에도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가 검찰 개혁의 방향임에도 직접수사 확대 내용이 들어가 있어 모순된다는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자는 것이 애초 검찰개혁의 핵심인데 박 장관의 제안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새로운 혐의를 발견한 경우 죄명과 무관하게 검찰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범위를 되레 넓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은 수사권 조정안의 합의 주체인 박 장관의 이메일이 검찰의 우려에 대해 공감한 것이라고 보고 향후 논의에 대비해 차분히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장관이) 실무적으로 문제를 인식한 것은 고무적인 부분”이라며 “향후 국회 논의 등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