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보복전이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자 중국이 600억 달러 규모로 되받고 다시 미국이 3000억 달러로 보복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자국의 협상안을 전부 수용하라고 밀어붙이고, 중국은 ‘인민의 전쟁’이라며 맞서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3일(현지시간) 추가 관세를 부과할 3000억 달러(약 355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공개했다. 관세 부과 대상인 3805개 품목에는 휴대전화와 랩톱, 태블릿 컴퓨터는 물론 아동복, 장난감, 연필깎이, 전기면도기, 유선전화기, 테니스공, 야구공, 축구공, 위생용 냅킨 등 사실상 생활용품 대부분이 포함됐다. 다만 희토류, 제약품, 약품 원료 등은 제외한다고 USTR은 밝혔다.
특히 휴대전화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향후 애플이 매출의 18%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더욱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USTR은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6월 17일 개최하기로 했다.
USTR은 이미 관세율이 25%로 인상된 기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제외 목록도 발표했다. 그러나 테슬라를 비롯해 1165건의 요청은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 기업에 부당하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지식재산권 도용을 부추기고 있다며 ‘중국제조 2025’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상 성공 여부를 3~4주 안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협상시한을 재확인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만찬에서 “우리는 그것(무역협상)의 성공 여부를 3∼4주 내에 여러분에게 알려줄 것”이라며 “나는 매우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3∼4주는 미국이 부과한 대중국 관세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일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을 만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위터에 “때가 되면 중국과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다. 시 주석을 향한 내 존경과 우정은 무한하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에 이로운 위대한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장기전 태세를 강조하고 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형세를 오판한 것 같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중국의 결의를 과소평가했다”며 “누가 집 앞까지 쳐들어오면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