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13일 1억6000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김학의(사진)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별장 성접대 동영상’ 의혹이 불거진 지 6년여 만이며 관련 의혹 전면 재수사를 위한 수사단이 구성된 지 42일 만이다.
검찰은 2013, 2014년 두 차례 이뤄진 수사에서는 김 전 차관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2008년 중반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성범죄 피해 여성 이모씨에게 가게 보증금 명목으로 빌려준 1억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씨가 윤씨에게 ‘1억원을 문제 삼으면 김 전 차관과의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취지로 말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씨가 1억원의 경제적 이득을 본 점을 감안해 김 전 차관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차관은 또 2006∼2008년 윤씨로부터 감정가 1000만원 상당의 그림, ‘명절떡값’ 등 3000여만원의 금품 및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07~2011년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법인카드 등 3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번에 영장을 청구하면서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부분도 뇌물 혐의에 포함시켰다. 성범죄 혐의는 영장 범죄 사실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을 두 차례 불러 조사한 뒤 바로 영장을 청구했다. 그가 혐의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더 이상의 소환조사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신병을 먼저 확보한 뒤 성범죄 의혹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다만 영장이 기각될 경우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인 뇌물 수사는 물론 성범죄 의혹 수사도 답보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 영장 청구 과정에서 2013년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2013년 당시 경찰은 윤씨의 휴대전화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의 휴대전화 번호 4개를 파악했다. 이 중 2개는 최씨의 부하 직원 명의로 개통된 일종의 ‘대포폰’이었다.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사용하라고 건넨 것이다. 그는 김 전 차관의 차명 전화 요금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약 8년간 부담했다고 한다. 최씨가 김 전 차관의 오랜 ‘스폰서’ 노릇을 한 단서가 나온 셈이다. 경찰은 최씨를 수차례 조사했고 그해 7월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며 수사 기록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보냈다. 그러나 검찰은 최씨를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전 차관에 대한 계좌추적 등 뇌물 관련 강제 수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당시 최씨에 대한 뇌물 의혹 수사가 부실했다고 지적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경찰은 최씨 뇌물 의혹을 못 잡아낼 수 있다 하더라도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이를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당시에는 뇌물 공여를 시인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검찰에서 한 차례 조사는 했어야 했다”고 했다.
지난달 꾸려진 수사단은 경찰 수사 기록 등을 토대로 수사 초기부터 최씨를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 소환조사 및 김 전 차관 등에 대한 계좌추적도 실시했다. 검찰은 그 결과 금품이 오간 사실을 확인해 이를 구속영장 혐의에 포함시켰다.
김 전 차관은 평검사 시절 고등학교 모임을 통해 최씨를 알게 됐고 그 이후 20년이 넘는 기간 친분을 쌓았다. 최씨는 건설 사업을 하던 사업가로 각종 형사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최씨가 대가를 바라고 김 전 차관에게 금전적 지원을 해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2013년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뇌물 수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윤씨의 진술이 없었고 강제 수사할 근거가 부족했다”며 “성범죄 혐의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