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정치권에 품격 있는 정치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막말과 험한 말로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희망을 주지 못한다”며 국회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야권은 “시대 착오적” “유체 이탈 화법” 등으로 비판하거나 청와대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협치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청와대와 야권이 책임만 전가하고 있어 혼란만 커지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촛불 이전과 이후의 모습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며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그만 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뿐”이라며 “험한 말의 경쟁이 아니라 좋은 정치로 경쟁하고, 정책으로 평가받는 품격 있는 정치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작심 비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거세지는 보혁 갈등과 세 결집에만 집중하는 정치권의 자극적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면피 발언이라며 거센 반발이 터져나왔다.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된 상황인데도 대통령이 파행 책임을 야권에게 미루고 있다는 취지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수석보좌관 회의 메시지를 종합하자면 결국 야당 탓, 자유한국당 탓, 촛불 안 든 국민 탓”이라며 “이 모든 상황을 초래한 장본인이 문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언급하며 “청와대는 입법, 사법, 행정을 장악하고 그것도 모자라 다음 집권을 위한 패스트트랙까지 배후 조정했다”며 “국회 공전의 책임 역시 문 대통령의 청와대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정치권과 국회를 향한 문 대통령의 강도 높은 쓴소리는 유체이탈 화법의 극치”라며 “스스로는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전혀 생각하거나 인지하지 못한 채 정치권과 국회를 비판하고 있는 대통령을 보니 참으로 실망스럽고 암담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정국 정상화를 바라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겠으나 먼저 청와대가 해법을 내놔야 한다”며 “국민들은 정국이 풀리는 것도 꼬이는 것도 결국 청와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행위를 포기하고 절차적 정당성만 주장하는 데 대한 비판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공직사회에 신속한 정책 성과와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큰 틀을 바꾸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데 중점을 두었다”며 “하지만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소통을 강화해 입법, 예산의 뒷받침을 받으려는 노력과 함께 정부 스스로 보다 적극적인 행정으로 정책 효과가 신속히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의는 이례적으로 청와대 전 직원에게 생중계됐다.
강준구 이종선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