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사진) 국무총리가 내년 4·15 총선에서 ‘합당한 일’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발언이 전해지면서 여당에서는 “총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야당에서는 “민생부터 챙기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이 총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에콰도르 키토에서 순방 동행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역할론과 관련해 “사안 자체가 현직 총리가 계획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저도 정부·여당에 속한 일원으로 거기서 뭔가 일을 시키면 합당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당이 필요해 역할을 맡기면 선거에 기여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총리가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정치권은 술렁거렸다. 일단 민주당은 이 총리의 총선 참여가 당에 득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더불어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13일 “이 총리가 차기 대선을 준비하려면 지금쯤 움직일 때가 됐다”며 “이미지가 좋은 이 총리가 직접 험지에 출마하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에서 뛰든 당으로서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여당 중진 의원도 “수도권과 호남에서는 확실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 총리가 사퇴하면 후임 총리를 찾아야 한다는 면에서 다소 부담은 있다”고 설명했다.
총리실 안팎에서는 이 총리가 취임한 지 2년이 다 됐기 때문에 ‘의무복무는 마친 것 아니냐’는 얘기와 함께 가을쯤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이 총리가 총선에 출마하려면 총선 90일 전인 내년 1월 16일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 이 총리가 사퇴해 당으로 복귀하면 여권 잠룡들 간에 대권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야권은 현직 총리가 ‘총선 역할론’을 거론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행정부를 이끄는 총리의 ‘총선 역할론’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문재인정부에서는 청와대도 총선, 여당도 총선, 총리마저 총선인데 민생을 좀 챙겨 달라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도 “총리가 직접 총선 역할을 운운하는 것은 이 정권의 최대 목표가 오직 정권 연장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