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일 간격으로 무력시위를 한 북한이 추가 발사를 감행할까. 북한이 비핵화 일괄타결 기조를 유지하는 미국을 변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머지않아 추가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다만 북한은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중장거리미사일을 날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발사를 하더라도 단거리 미사일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 4일에 이어 9일 단거리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만약 북한이 이처럼 5일 간격으로 발사체를 쏘는 패턴을 유지한다면 14일 추가 발사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항공기 이동을 모니터링하는 민간 트위터 계정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미군의 RC-135V 리벳조인트 정찰기가 13일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상공을 비행했다. 공교롭게 북한이 이스칸데르급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을 쏘기 전날인 지난 8일에도 미군의 RC-135W 정찰기가 이와 비슷한 경로로 움직였다. 발사 당일인 9일에는 미 해군의 P-3C 초계기가 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빈번한 미군 정찰을 북한의 도발 징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분간 한·미 정부 대응을 지켜본 뒤 추가 발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최근 잇따른 도발은 오히려 북한이 조급해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한 달 내 추가 발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은 미국의 명시적인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또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 무력시위 수단으로는 사거리 1000㎞를 넘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이 거론된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를 초래하지 않도록 사거리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는 주로 사거리 5500㎞ 이상의 ICBM급 미사일 발사 때 채택됐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발사체는 지난 9일 420여㎞를 비행했지만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지지는 않았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계속 끌어올린 점에 비춰 스커드 미사일 성능을 개량한 사거리 1000㎞의 스커드-ER을 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군 부대에서 현장지도를 한 데 이어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하는 등 군사 행보에 초점을 맞췄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