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발행어음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기존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KB증권이 합류하면서 ‘발행어음 3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발행어음 시장 규모가 1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8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금융위의 최종 승인절차만 거치면 곧바로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 10일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원을 출자하기로 하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만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투자업계는 신한금융지주의 이번 결정이 사실상 발행어음 시장 진출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본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라는 요건을 갖춘 증권사(초대형 IB)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발행어음을 이용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대출·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다. 현재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만 발행어음이 허용된 상태다.
‘3호 발행어음 사업자’가 탄생하면 올해 발행어음 시장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국투자증권의 지난달 말 기준 발행어음 수신잔고는 5조4000억원, NH투자증권의 지난 8일 현재 수신잔고는 3조3000억원에 이른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말에 잔고를 6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사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뭘까. 발행어음은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매력적 사업이다. 발행어음 사업자는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 투자자금을 확보한다. 이렇게 마련된 단기자금을 기업 등에 빌려줘 수익을 낼 수 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레버리지 비율 산정에서 제외되는 등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이런 장점이 부각되면서 다른 초대형 IB들도 발행어음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린다. 다만 추가 인가는 당문간 어렵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미래에셋대우과 삼성증권은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처럼 초대형 IB로 지정됐지만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에서 ‘보류 상태’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이 걸림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았고, 아직 상품 인지도가 높지 않다”며 “(이번 KB증권의 인가가) 발행어음 시장을 키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정진영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