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국 관세 폭탄, 중국 때리면 한국 성장률 0.2%P 떨어진다

입력 2019-05-13 19:01 수정 2019-05-13 21:47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2% 포인트 깎아먹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계획대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를 매기면 한국 경제에 이만큼의 타격이 오는 것이다. 미국이 나머지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성장률 하락 폭은 더 커진다. 올해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2.6~2.7%) 달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13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예고한 ‘관세 폭탄’을 최종 실행하면 한국 성장률은 0.2% 포인트 하락한다. 미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관세 인상을 결정했다.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현행 10%에서 25%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또 KDI는 무역전쟁의 확전에 따라 성장률 하락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은 중국을 향해 나머지 30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을 대상으로도 관세를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KDI는 최근 이런 연구결과를 기획재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전쟁에 한국 경제가 휘청이는 건 수출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G2(미·중) 수출비중은 38.9%에 이른다. 전 세계적으로 대만(40.6%) 다음으로 높다. 특히 대중(對中) 수출은 ‘중간재’가 많다.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한다. 때문에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은 중간제를 중국에 공급하는 한국에도 충격파를 안긴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 ‘밀접한 교역망’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 경제도 함께 가라앉을 수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한국의 수출액이 당장 약 1조300억원(8억7000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국내 금융시장과 외환시장도 출렁이게 된다. 미·중 무역협상 장기화로 이미 코스피 급락,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 가치 급락)이 나타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성장률 하락은 갈 길 바쁜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 올해 1분기 한국 경제는 전분기 대비 -0.3% 역성장을 했다. 올해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성장률을 0.1% 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는 추가경정예산(6조7000억원 규모)을 편성했지만 국회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칫하면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일단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추가 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은 거시경제금융점검회의를 열고 “이달 10일 이후 중국에서 출발한 상품에 대해 관세가 인상되는 만큼 아직 실물경제에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양국이 협상 지속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합의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 태세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신준섭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