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적립금이 10조원이면 충분하다는 정부 주장에 친여 성향 싱크탱크마저 우려를 표했다. ‘비급여의 급여화’를 표방하는 문재인케어로 적립금 고갈이 ‘시간문제’인 상황에서 20조원을 비축해도 과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20여명이 주축이 돼 만든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는 13일 ‘문재인케어는 성공할 것인가’ 보고서에서 “급격한 고령화와 보장성 강화에 따른 의료비 급증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가 말하는 적립금의 2배인) 20조원도 과도한 규모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작성했다.
보고서는 “일본과 대만, 독일, 벨기에 등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주요 국가도 적립금 규모를 평균 3개월치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예산정책처가 2023년 건강보험 지출규모를 96조5000억원으로 추계했는데 이 지출액을 3개월분으로 환산하면 적립금 24조1000억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건강보험 총 지출액은 약 62조3000억원이다.
보고서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예비급여 제도’에 대해 ‘비급여 풍선효과’와 ‘과잉진료’ 가능성을 제기했다. 예비급여는 미용과 성형 등을 제외한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30~90% 정도로 책정, 우선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3~5년간 비용·효과성을 평가한 뒤 건보 적용을 지속할지를 결정하는 일종의 중간장치다.
보고서는 이 최종 결정 단계에서 상당수의 비급여 항목이 탈락하면 해당 항목을 중심으로 ‘비급여 풍선효과’가 재현돼 건보 보장률이 다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급여항목을 늘림으로써 수익이 줄어든 의료기관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의 비급여 진료를 더 많이 할 것이란 얘기다.
반대로 급여화가 대거 진행되면 의료기관이 고가 장비를 도입해 과잉검사 또는 과잉진료를 유도하고, 이는 건보 재정 악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은 CT 스캐너와 자기공명영상법(MRI) 기기를 각각 평균 253대, 159대 보유하고 있다. 1, 2차 의료기관인 종합병원과 병원, 의원도 경쟁적으로 기기를 늘리는 추세다. 우리나라 CT 스캐너와 MRI 기기는 인구 100만명당 37.8대, 27.8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1대씩 많다. 복지부는 2021년까지 모든 MRI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방침이다.
보고서는 “이전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본인부담 경감’과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접근법을 보여줬는데 문재인케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간 중심의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근본적 개혁 없이 보장성 강화대책을 추진하면 건보 재정을 악화시켜 건보료가 대폭 인상되는 결과를 낳거나 보장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후 다시 하락하는 과거 패턴을 반복하는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