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가전’이 가전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신가전’은 냉장고, 에어컨 등 ‘전통 가전’ 외에 최근 몇 년 사이 새롭게 등장한 가전제품 중 필수 제품으로 꼽히는 것을 일컫는다. 의류관리기, 건조기, 무선청소기, 공기청정기 등이 대표적이다.
13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2016년 5만대 규모였던 의류관리기 시장은 올해 45만대로 9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의류관리기는 2011년 LG전자가 ‘스타일러’를 출시하며 새롭게 시장이 형성됐다. 블라우스, 와이셔츠 등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옷을 간편하게 관리해주는 편리함 덕분에 입소문을 타면서 의류관리기 시장이 점점 커졌다.
LG전자가 2015년 2세대 제품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대중화했고,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에어드레서’로 시장에 참전하면서 가전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예비 신혼부부의 혼수 가전 1순위로 꼽힌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가 증가하면서 필수 가전으로 자리를 잡은 경우다. 예전에도 해외 수입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작게 형성돼 있었지만, 미세먼지가 급증한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2017년 221만대에서 지난해 314만1000대로 성장했다.
건조기와 무선청소기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시장 주류로 자리잡았다. 건조기는 설치공간 문제(가스 건조기), 비싼 전기료(전기 건조기) 등으로 일부에서만 사용하던 제품이었다.
하지만 2016년 에너지 효율이 크게 높아진 건조기가 시장에 나오면서 불과 1~2년 사이 세탁기와 함께 꼭 집에 있어야 하는 가전제품의 위상을 가지게 됐다. 여기에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서 빨래를 말리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도 건조기 수요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삼성디지털프라자 관계자는 “혼수를 구매하러 오는 고객은 건조기는 필수적으로 찾는다”고 설명했다.
무선청소기는 다이슨을 필두로 한 해외 업체가 장악하던 시장을 국내 업체가 빼앗아왔다. 다이슨 제품이 초반 돌풍을 일으켰지만, 배터리 사용시간이 짧다는 불만이 나왔고 다이슨의 사후관리(AS)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인기가 급속도로 식었다. 그 사이 LG전자 코드제로 A9, 삼성전자 제트 등 배터리 성능과 AS를 강화한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서 무선청소기 시장은 국내 업체 위주로 재편됐다.
‘신가전’의 선전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됐다.
삼성전자는 1분기 소비자가전(CE) 부문에서 매출 10조400억원, 영업이익 54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 영업이익은 93% 증가했다. LG전자도 1분기 홈어플라이언스(H&A) 부문에서 매출 5조4700억원, 영업이익률 13.3%를 달성했다. 두 회사는 좋은 실적의 이유로 모두 “신가전 부문의 선전”을 꼽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