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1대 다” 한국당 “1대 1”… 대표회담 형식 놓고 기싸움

입력 2019-05-13 04:04
지난해 8월 16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의 회동. 청와대는 지난 9일 문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담을 추진 중이나 자유한국당은 ‘일대일 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담을 두고 청와대와 제1야당이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5당 대표와 회담을, 자유한국당은 일대일 회담을 요구하는 중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 회담은 협치를 타진하는 오랜 정치문화다. 하지만 원내 교섭단체만 3개, 야당만 4개에 달하는 다당제가 자리 잡은 20대 국회에서 각자의 셈법만 고집해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제안한 일대일 회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황 대표가 의제 확대를 요구해 받아들였는데 다시 일대일 회담을 제안해 왔다”며 “이를 받아들이면 다른 소수 당대표들에게 결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가 일단 5당 대표 회담에 참석해 여러 현안의 큰 줄기를 털어낸다면 그 후에 다른 형태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5당 대표와의 회담을 황 대표 제안만으로 뒤집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통령과 5당 대표가 먼저 만나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과 추경 편성 등 현안을 논의하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다. 황 대표가 불참하더라도 우선 5당 대표 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 회담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황 대표가 거절 의사를 표현해 다시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회담이 시급한 만큼 일단 참석 의사를 밝힌 당대표부터라도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과거 5당 대표와의 회담 당일 별도 공간에서 일대일 회담을 추가로 가졌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사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이날 경북 영천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담을 했다는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라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민생을 지켜내기 위한 내용 있는 회담이 되기를 바란다”며 일대일 회담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5당 대표 회담 시 불참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문 대통령이 진정한 대화 의지가 있다면 제 말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제1야당 대표의 영향력을 무시한 채 청와대가 기계적 균형만 맞추려 한다는 불만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일대일 회담을 고집하는 것은 다당제인 현 정치 상황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일대일 영수회담을 하자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제왕적 정당 총재가 있을 때 했던 방안”이라며 “대통령과 (황 대표의) 개별적 접촉은 정국 현안을 푸는 데 도움이 안 되고 민주적 정당 운영 체계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문 대통령이 조건 없이 황 대표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단독 면담 요구를 수용하시라”며 “황 대표와 배석자 없이 만나 설득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황 대표가 발표하라 하면 된다. 원하는 대로 해줘야 국민이 ‘역시 대통령은 다르다’고 한다”고 썼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