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 10일 강신명(사진 오른쪽)·이철성(왼쪽) 전 경찰청장 등 전·현직 경찰 고위인사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근혜정부 당시 경찰의 정치 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서다. 경찰 안팎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둘러싼 첨예한 논의가 진행되는 때 검찰이 전직 경찰 수장 두 명을 동시에 영장 심사대에 세우는 데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찰은 그러나 “영장 청구 등 사건 처리 시점을 조정한 사실이 없다”며 ‘의도가 있다’는 해석을 정면 반박했다. “중대 범죄이기에 부득이 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혐의는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경찰청 정보국이 ‘친박계(친박근혜계)’를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 대책을 수립하는 등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 관련 검찰이 지적해 온 정보경찰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안인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사건 수사의 시작은 지난해 1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수사하던 검찰이 영포빌딩 내 비밀창고 압수수색에서 이른바 ‘영포빌딩 문건’을 대거 확보했는데, 여기서 경찰의 불법사찰 정황이 담긴 문건들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른바 ‘영포빌딩 특별수사단’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8월 경찰청 정보국을 압수수색해 정치관여·불법사찰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 이어 10월 11월에는 MB정부 당시 경찰청 정보2과장 출신 두 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이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검찰은 당시 송치된 두 사람에 대한 경찰 수사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 기록상 그 두 명의 윗선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상태였다”면서 “박근혜정부에서도 정보2과장을 이어 한 피의자가 ‘관행적으로 해왔다’는데도 이후 시기에 대한 확인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이에 직접 보완 수사에 나서 지난해 11, 12월에 이어 지난 4월까지 모두 3차례 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경찰청 정보국의 총선 개입 정황이 포착됐고 이번 영장 청구에까지 이르렀다.
박근혜정부 시절 정보경찰 의혹을 검찰만 수사하는 것도 아니다. 경찰 특수단도 이 전 청장을 불법 정보 수집혐의로 입건한 상태고,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최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경찰 수장들의 신병을 바로 확보하려는 것은 ‘경찰 망신주기’ 의도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검찰은 할말이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2016년 총선 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경찰청 정보심의관을 지낸 두 실무자급 책임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법원은 ‘혐의는 인정되나 직급상 가담 정도가 중하지 않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다”면서 “이후 관련자들을 상대로 보완조사를 한 끝에 그 윗선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