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대기오염 조작 후폭풍… “정부 섣부른 발표가 혼란 키웠다”

입력 2019-05-13 04:02

여수국가산업단지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 발표에 대한 지역사회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포함된 데다 상당수 업체가 추가 적발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지역주민을 위한 실질적 대책은 마련되지 않아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와 산단 인근 주민들은 공장 가동 중단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에까지 나섰다.

전남 여수와 광양 지역에선 지난달 환경부 발표 후 연일 주민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이 오랜기간 지속돼 온 만큼 지역주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우려가 높다는 주장이다. 지난 7일에는 여수산단 인근 마을(주삼·묘도·삼일) 주민 2000여명이 모여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이 4년간만 이뤄졌을 리 없다. 지역주민에 대한 살인행위”라며 “공장 가동 중단, 영업면허 취소, 주민들에 대한 건강영향평가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17일 측정대행업체 4곳이 사업장 235곳에 대한 측정기록을 허위로 발급하거나 조작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건수로 따지면 1만3096건에 이른다. 당시 환경부는 “광주·전남 지역의 적발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감사결과와 전국 일제 점검을 통해 5월까지 종합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전남도 행정조치 대상에는 발표 때 거론된 LG화학과 한화케미칼 외에 GS칼텍스,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굵직한 대기업이 추가로 포함됐다. 반면 환경부 산하 영산강환경유역청은 이달 초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 사업체 4곳을 추가로 검찰에 송치하면서도 관련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다. 모든 수사가 끝난 뒤 종합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역주민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솜방망이 처벌도 주민 분노를 키웠다. 전남도는 지난달 29일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 업체에 과태료 200만원, 측정대행업체에 6개월 영업정지를 각각 통보했다. 관련 법령은 최고 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1회 위반업체에 대해서는 200만원에 그친다. 측정대행업체에 대해서도 두 차례 위반이 적발돼야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

일각에선 그동안 감시 감독 소홀로 과거 위반 행위를 적발하지 못한 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도의회 강정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전남도의 도내 측정대행업체 지도·점검 횟수는 52번으로 행정처분은 과태료 50만원 부과(2회), 경고조치(6회)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모두 2016년 실적이다. 2017년과 2018년은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전남도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민·관 협력 거버넌스 위원회를 구성하고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여수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지역 차원의 대책만 나와 있고 시, 도, 기업에 맡기는 분위기”라며 “정부와 국회가 나서지 않으면 지역사회 혼란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