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미·중)의 ‘관세 열차’가 요란하게 출발음을 울리고 있다. 미·중 무역충돌은 통상 환경에 민감한 한국 경제엔 ‘독약(毒藥)’이나 마찬가지다. 당장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부터 영향권에 들어간다. 이게 끝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 ‘무역 불확실성’은 글로벌 투자를 가로막고 전 세계 수출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마땅한 대응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어른 싸움에 초등학생이 무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나마 수출국을 동남아시아 등으로 다양화하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을 줄이는 대신 내수를 키우는 ‘체질 변화’가 해법으로 꼽힌다.
미국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효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은 곧바로 한국의 대중 수출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액 중 중국 비중은 26.8%에 이른다. 이 가운데 79.0%(1282억 달러)는 전자부품, 화학제품 등의 중간재다. 중국에서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한 뒤 가공해 미국 등으로 완제품을 판매하는 구조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고율의 관세(25%)는 중국 업체뿐 아니라 중간재를 중국 업체에 공급하는 한국에도 타격을 입히게 된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직간접 효과를 고려했을 때 한국의 수출액은 당장 8억7000만 달러(0.14%) 감소할 것이라고 12일 추산했다.
‘타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결론을 짓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중국의 보복관세, 무역전쟁 발발 등이 잇따를 수 있다는 가능성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킨다. 투자 부진은 수입액 축소로 연결된다. 한국으로서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로의 수출길까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별다른 대응 수단이 없는 현실은 위기감을 더한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 전문가는 “덩치로 보면 어른끼리 싸우고 있는데 초등학생이 끼어 있는 형국”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에 따라 통상분쟁을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내는 수준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상 환경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규모 개방경제’ ‘무역의존 경제’라는 구조적 약점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한국 GDP에서 수출 비중은 40.6%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의존도는 수출 회복세와 함께 더 커졌다. 세계은행(WB) 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한국 GDP에서 수출 비중은 43.1%까지 높아졌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대외적으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같은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며 “대내적으로는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혁신성장을 통해 내수 비중을 높이는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임세정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