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글로벌 롯데’ 구축에 사활 걸었다

입력 2019-05-12 20:26 수정 2019-05-12 21:59
롯데지주 황각규 부회장이 파키스탄 롯데 악타르 음료를 둘러본 뒤 기념촬영했다. 왼쪽 세번째부터 롯데칠성 이영구 대표, 롯데 악타르 음료 압둘 라티프 법인장, 롯데지주 황각규 부회장. 롯데지주 제공

롯데그룹이 ‘글로벌 롯데’ 구축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미국을,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파키스탄을 각각 찾아 현장 경영 행보를 벌였다. 중국 외 국가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내수 침체와 사드 보복 여파로 인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1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0일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준공식 참석차 미국 루이지애나주를, 황 부회장은 지난 8일부터 5일간 파키스탄 카라치와 라호르를 방문해 현지 사업장을 찾았다. 그룹 총수가 미국을 방문하는 시점에 2인자는 다른 나라에서 현장 경영에 나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 의중이 깊이 반영된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비즈니스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신흥국 시장에서의 전략을 재검토하는 것은 물론 선진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파키스탄 등 선진국 및 신흥국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할 경우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룹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롯데쇼핑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내수 침체와 온라인으로의 고객 이탈 등을 이유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을 모두 매각했다.

신 회장으로서는 중국 외 다양한 국가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신 회장은 경영 복귀 이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찾으며 동남아시아로의 사업 영역 확대에 힘쓰고 있다.

향후 미국과 파키스탄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석유화학단지 준공을 통해 단번에 연간 에틸렌 생산 규모(약 450만t)를 국내 1위, 세계 7위로 끌어올렸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기준 총 9개 사업장에서 7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며 2009년 첫발은 내디딘 이후 순항하고 있다.

한편 신 회장은 오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면담한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향후 투자 계획 등을 설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백악관을 방문하는 것은 맞지만 정확히 누구를 만나는지는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