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12일 고위 당정청회의를 열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5월 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한 회의에서 ‘당의 주도성’을 강조하며 정부에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문재인정부 집권 만 2년을 맞아 정책 추진에서 당이 사실상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회 주변에서는 향후 당청 간 힘의 균형이 당쪽으로 급격히 쏠리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당정청회의에서는 추경과 민생입법, 국회 정상화 문제 등이 논의됐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상반기 내 추경 집행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임기가 5월 말 종료되는 점을 고려해 추경을 여야 합의로 5월 내 처리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번 주 내에 총리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추진키로 했다. 또 5·18특별법,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등 주요 민생법안도 5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당정청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당정청의 관계 변화를 예고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문재인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민생입법과 개혁과제 실현을 위해 저는 당의 주도성을 지금까지보다 더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경과 관련해 “야당이 소극적으로, 때론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도 그럴수록 더 적극적으로 찾아주시고 여당보다 더 정성스럽게 설명해주시라”고 주문했다. 앞서 모두발언에서 이 총리가 “야당이 유감스럽게도 민생이 어렵다면서 국회를 외면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야당 비판’을 한 것과는 확연히 결이 달랐다. 그동안 청와대가 각종 현안을 주도하면서 야당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유행했던 점을 감안하면 당정청 역학관계에 변화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많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첫 번째 당정청회의여서 (원내대표) 경선에서부터 했던 이야기를 다시 강조했다”며 “있는 그대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공직사회 ‘기강잡기’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10일 이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회 회의에서 “잠깐만 틈을 주면 (관료들이) 엉뚱한 짓들을 한다” “(정권 출범) 2주년이 아닌 4주년 같다”는 밀담을 주고받았는데 이 내용이 고스란히 방송을 통해 전달됐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버스 대란’ 대책에 대해 특별히 더 나가지 못하고 (국토교통부 해법이) 버스요금을 인상해 해결하라는 수준이어서 답답한 심정이 나온 것 같다”며 “적극적인 행정으로 풀어갔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해식 대변인도 “국회 상임위에서 의원들이 다 지적하는 게 공무원들이 요즘 안 움직인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