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바라기’ 정치… ‘말 폭탄’으로 얼룩진 한국당 장외투쟁

입력 2019-05-12 18:41 수정 2019-05-12 23:00
자유한국당 황교안(오른쪽)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대구 달서구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정부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그룹을 비하하는 비속어 ‘달창’을 언급했다가 나중에 사과했다. 뉴시스

정부·여당에 맞서 장외투쟁을 이어온 자유한국당이 잇따른 설화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청와대 폭파’ 발언에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폄훼하는 온라인 비속어 ‘달창’까지 집회 무대에서 사용해 논란이 됐다.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의도된 강성 발언으로 풀이되지만 지나친 ‘지지층 바라기’ 정치가 결과적으로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 원내대표는 11일 대구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규탄 집회에서 지난 9일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 진행을 맡은 KBS 기자가 진행 태도 논란으로 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문빠와 달창들에게 공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속칭 ‘달빛 창녀단’의 줄임말인 달창은 문 대통령 지지자 그룹인 ‘달빛 기사단’을 비하하는 말이다. 문 대통령 열성 지지층을 일컫는 문빠와 함께 일부 극우 보수층 사이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를 폄훼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논란이 확산되자 곧 “해당 표현의 정확한 의미와 구체적 유래를 모르고 단어를 썼다”며 사과했다.

한국당 인사들의 ‘말 폭탄’ 물의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김무성 의원은 지난 2일 서울역에서 열린 4대강 보 해체 저지 투쟁 집회에 참석해 “4대강 보 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 문재인 청와대를 폭파해 버리자”고 주장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 의원을 내란죄로 처벌해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다.

당내 인사들에게 ‘말조심’을 당부해온 황교안 대표의 발언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황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의 정치는 실패했다”며 “민생을 방치하고 민초의 삶을 외면한 이 정권은 권력의 길, 통치의 길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의 거친 언사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내부 결속력을 높이고 외부적으로는 반문(반문재인) 세력을 결집해 총선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드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고치인 34.8%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지지층만을 겨냥한 전략이 자칫 총선에서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내부에서도 나온다. 특히 전통적 텃밭인 영남과 달리 험지로 분류되는 수도권에서는 당내 인사들의 잇따른 강성 발언에 대한 우려가 높다. 수도권 지역 한 의원은 “평상시 아무리 지역구 민심에 공을 들여도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같은 악재가 터지면 속수무책”이라고 토로했다.

황 대표는 14일 충북, 15일 대전, 16일 충남 등 민생 대장정 행보를 이어간 뒤 18일 광주에서 열리는 5·18 기념식에 참석한다.

심우삼 이종선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