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여론전 거세지는데 국회는 공전 거듭

입력 2019-05-12 20:02
이낙연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고위 당정청회의를 열기 전 경내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인영 원내대표·이해찬 대표, 이 총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권현구 기자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검찰과 경찰의 장외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논의해야 할 국회는 여전히 공전 중이다.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후유증으로 4월 임시국회는 지난 7일 빈손으로 종료됐고, 5월 임시국회는 아직 일정도 논의되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각 당의 원내지도부 교체 시기가 맞물리면서 수사권 조정 법안을 논의해야 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사실상 멈춰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기관 개혁의 법제화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는 곳은 국회”라며 야당의 협조와 국회 차원의 논의를 촉구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수사권 조정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은 14일이나 15일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문 총장은 검찰 입장을 다시 한번 조목조목 밝힐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도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이상민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나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대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사후 통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총장이 이 위원장을 만난 사실이 알려지자 민 청장 쪽에서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기관의 수장이 경쟁하듯 이 위원장을 만나 설득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조 수석은 페이스북에 2017년 대선 당시 후보들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및 수사권 조정 공약을 비교한 기사를 인용하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조 수석은 “각 권력기관이 정파적 이익에 복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공의(公義)인 바, 정파를 넘은 협력이 필요하다”며 “주권자 국민은 정치인과 정당에게 공약을 지킬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때 후보들은 각론에선 차이가 있었지만 대부분 검찰 개혁을 위한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념 KBS 대담에서 “검찰은 개혁의 당사자”라며 “(조 수석이)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법 등이 법제화될 때까지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 사개특위는 12일 출국한 이 위원장이 18일 귀국하는 대로 일정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사개특위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정을 조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이 논의를 먼저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15일 선출되는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와 그에 따른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문제도 지켜봐야 한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하다 교체된 오신환·권은희 의원이 다시 보임되면 논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