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4주 내에 미·중 무역전쟁이 타결되지 않으면 사실상 모든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토록 지시하는 등 대중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USTR 홈페이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약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나머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절차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측은 중국 협상단을 이끈 류허 부총리에게 3~4주 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최종 통보했다.
USTR은 10일 0시1분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따라서 향후 3250억 달러어치까지 포함하면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는 셈이다. 중국은 해마다 미국에 5800억 달러어치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은 그러나 2000억 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는 10일 0시1분 이후 중국을 떠난 제품에 적용키로 해 실제 징수까지 3~4주 정도 협상을 위한 ‘유예 기간’을 뒀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주권 침해’로 인식하는 등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단기간에 합의를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지시 외에도 트위터 글을 통해 계속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11일 트위터에 “중국은 최근 협상에서 너무 당해 2020년 차기 대선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운 좋으면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 계속 미국에서 연간 5000억 달러를 뜯어낼 수 있을지 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 두 번째 임기에 미·중 협상이 진행된다면 합의는 중국에 훨씬 더 나쁠 것”이라며 “중국은 지금 행동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내에서 제품을 만들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강력 반발하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보복조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의 보복 카드로는 미국 국채 매각이나 위안화 평가절하 등이 거론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또 미국 농산물에 대한 보복관세, 중국 금융시장 개방 중단,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 미국으로 가는 관광객 규제, 대미 중간재·부품 수출 제한 등 주장이 제기된다. 관영 환구시보는 12일 사평에서 “미국이 ‘관세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또다시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며 “중국은 원칙적인 문제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절대 마지노선이나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