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남한 전역을 사거리로 하는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무기는 현재 패트리엇 계열 유도탄과 사드(THAAD) 위주로 구축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로는 요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군 당국의 대응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 어려운 데다 비행궤적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북한은 탱크 바퀴와 비슷한 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해 지난 9일 이 무기를 발사한 장면을 그 다음 날 공개했다. 이는 추적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숲이나 산 속에서 기습사격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쓰기 때문에 발사 준비까지 길어야 1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실제 우리 군은 지난 9일 발사 징후를 발사 1분 전에 식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이 발사체 2발은 정점 고도 45~50㎞를 찍었으며 420여㎞, 270여㎞를 비행했다. 발사 장소는 지난 4일 동해 인근 함경남도 호도반도에서 지난 9일 내륙인 평안북도 구성 지역으로 바뀌었다. 이 무기가 내륙을 한참 비행해 지나가더라도 문제없을 정도로 검증된 전력이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사거리는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쏠 경우 남측 지역 전역을 겨냥할 수 있는 500㎞로 추정된다.
특히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KAMD를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된다. 우리 군이 현재 실전배치를 진행 중인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의 경우 30㎞ 고도에서 떨어지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지만,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40~50㎞ 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내리꽂힌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12일 “M-SAM은 마하 4~4.5 속력을 낼 수 있는데 마하 6 안팎으로 비행하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잡아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도 50~60㎞에서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인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L-SAM)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중첩방어망을 구성하는 핵심 방어체계인 사드는 M-SAM과 L-SAM의 요격 고도보다 높은 고도 40~150㎞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사드로 잡기에는 너무 낮은 고도로 비행하고, M-SAM이나 L-SAM으로 요격하기에도 비행 궤적이 복잡하고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군 일각에서는 패트리엇 최신형인 PAC-3 MSE 유도탄으로 요격 가능하다는 분석도 제기되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은 포물선 궤적의 정점을 찍기 전에 낙하지점을 예상해 요격할 수 있지만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이런 예측 자체를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무기체계다. 더구나 PAC-3 MSE 도입 시기는 2021~2023년이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방어체계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낮은 고도로 비행하며 급강하, 회피기동을 하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은 여전히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탄도미사일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